
의사 단체와 수련병원, 정부가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 복귀 방안 찾기에 나섰다. 전공의 단체가 전향적인 복귀 의사를 밝힌 가운데 환자단체와 시민사회에서는 복귀하는 과정에서 특혜를 부여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를 위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날 대한의사협회는 대한수련병원협의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등과 전공의 수련 재개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3자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해 2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한 이후 전공의 단체가 의협, 수련병원 측과 공식적으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그간 소통이 없었던 대한수련병원협의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화를 하기로 했다. 그간 전공의들이 강조했던 문제점인 열악한 수련환경에 대해서도 병원 측이 개선 의지를 피력했다.
김원섭 대한수련병원협의회 회장은 “국회와 정부와의 대화를 통해 전공의 수련 재개 상황을 이끌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전공의 수련 연속성을 보장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에 한성존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전공의 복귀에 앞서 수련환경의 질적 향상과 개선, 사법리스크 완화가 필수적이다”라며 “전공의들이 수련을 잘 재개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답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공석이었던 전공의 자리가 다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는 올해 5월 기준 2532명으로 의정갈등 이전 전공의(1만3531명)의 18.7%에 불과하다. 전공의 수련은 매년 상·하반기 3월과 9월 진행되는 점을 고려하면, 사직 전공의들은 이달 말 시작되는 하반기 모집에 응시해 9월부터 근무를 다시 시작할 수 있다.
다만 전공의들은 투쟁을 중단하고 복귀로 입장을 선회하면서도 조건을 제시하고 있어, 정부가 이를 어느 정도로 수용할지가 관건이다. 최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전공의 대상 설문조사를 통해 윤석열 정부의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와 의료개혁 실행방안 재검토, 입대한 전공의 및 입영대기 상태의 전공의에 대한 수련의 연속성 보장, 불가항력의 의료 사고에 대한 법적 부담 완화, 전공의 수련 환경 개선 등을 수련을 재개하기 위한 선결 조건으로 꼽았다.
앞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중증·핵심의료 재건을 위한 간담회를 열고 한 차례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이 자리에서 전공의 대표로 참석한 이들은 중증·핵심의료 과목 중심으로 수련 환경 개선이 시급하며, 의료진들이 환자로부터 고소를 당하거나 구속되는 등 법정공방에 휘말리지 않도록 사법 리스크를 완화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수련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병원 측의 묘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공의들이 수련병원에서 사직한 이후 1년 이상 기간이 경과한 만큼, 다른 병원에 취업했거나 입대한 인원이 적지 않아서다. 대개 전공의들은 수련을 마친 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때까지 입영을 연기하는데, 사직한 경우 입영대기 상태가 되기 때문에 정해진 때에 입대해야 한다. 또한 이미 군 복무 중인 사직 전공의들은 올해 바로 수련을 재개할 수 없는 것은 물론, 전역 후 수련병원에 자리가 남아있을지도 미지수다.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한 편의를 봐줘선 안 된다는 목소리도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수련병원의 혼란으로 환자 피해가 큰 상황에서 전공의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미 이전 정부에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기 위해 행정처분 철회, 수련 특례, 입영 특례 등을 제시해 과도한 특혜라는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자발적 의사에 의해 사직하고 휴학했다고 주장하며 1년 5개월 동안 의료현장과 교육현장을 떠나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와 의대생은 조건 없이 복귀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복귀한 전공의와 의대생에게 특혜성 조치가 아닌 법령의 범위 안에서 형평성 논란이 없는 상식적 수준의 지원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회장 역시 입장문을 통해 “필수의료와 응급의료 현장에서의 인력 이탈은 중증질환자와 응급환자에게 심각한 위협이 되었고, 실제로 많은 환자가 치료 기회를 놓쳤다”라며 “앞으로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협상 수단으로 삼지 않겠다는 원칙을 분명히 해야 하며, 단체행동이 반복되지 않도록 의대 내 윤리 교육 강화와 함께 제도적 보완이 뒤따라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