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자사주 규제 엄격하다지만…재무전략 자산으로 활용 ['계륵'된 자사주下]①

입력 2025-07-17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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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 발행해 자금 조달하거나 PRS로 위험 헤지
포이즌필·차등의결권 등 경영권 방어 장치도
"우리나라는 상황 달라…자사주 규제 신중해야"

[편집자주] '보이지 않는 지분' 자사주가 바뀌고 있다. 기업이 사들인 자사주는 때론 주가를 떠받치고, 때론 스톡옵션이나 인수합병 대응에 쓰였다. 하지만 일부에선 자사주를 '우호지분'처럼 쥐고 경영권 방어에 활용해 왔다는 지적도 이어져 왔다. 최근 자사주를 일정 기간 내 소각하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면서 자사주는 이제 '계륵'처럼 기업들에게 고민거리로 떠올랐다. 버리자니 지배력이 흔들리고, 쥐고 있자니 제도 변화에 걸린다. 이번 기획에선 제도 변화가 가져올 영향과 함께, 자사주를 둘러싼 기업들의 현실과 긴장감, 그리고 해외와의 차이까지 짚어본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자사주는 유동성 확보를 위한 전략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른 경영권 방어 장치가 있는 만큼 자사주를 지배구조 재편 수단으로 쓰는 데는 제약이 있지만, 재무적 목적에서는 융통성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해외와 달리 차등의결권이나 포이즌필 등 제도적 방어 장치가 사실상 없어, 자사주 규제에 있어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자본시장연구원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해외 주요국은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나 우호 지분 형성을 위한 수단으로 직접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으며, 일정 기간 내 소각을 의무화하거나 보유 목적과 규모에 제약을 둔다. 지배구조 강화나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쓰이는 경우는 드물다.

다만 해외에서도 자사주는 기업 재무 전략의 일환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가 자사주를 활용한 교환사채(EB) 발행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삼아 EB를 발행하고, 이를 통해 자금 조달과 주가 관리를 동시에 실현한다. 물론 발행할 때는 주주 승인, 공시, 보유 한도 등 규제가 적용된다.

미국 기업은 자사주를 활용해 다양한 파생금융상품을 설계하거나, 세제 이슈를 고려한 자기주식 운용 전략을 구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가수익스와프(PRS)다. PRS는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나 자회사 지분을 활용해 증권사 등 금융기관과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일정 기간 동안 주가 변동에 따른 수익을 교환하면서 단기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또한 자사주를 담보로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해, 주주의 실제 소유권 변동 없이 수익을 교환하면서 위험을 분산하는 전략도 쓰인다.

유럽 기업 역시 자사주를 다양한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는 자사주에 의결권을 부여하지 않는 등 규제가 분명하지만, 보상 목적, 주식 기반 EB 발행, 전략적 파트너십 조정 등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특히 프랑스는 자사주의 보유 목적을 명확히 하면, EB 발행이나 인수·합병(M&A) 지분 교환 등에도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지를 두고 있다.

일본은 과거 자사주를 전략적 지분 조정 수단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왔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펀드의 압박과 기업 지배구조 개편 흐름 속에서 자사주 소각 비중이 늘고 있으나, 여전히 자사주를 활용한 우호 지분 확보, 임원 보상, 구조조정 대응 등 다양한 수요가 존재한다.

무엇보다 해외 주요국은 자사주 외에도 다양한 경영권 방어 장치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과 차이를 보인다. 미국과 일본은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을 통해 적대적 인수 시 기존 주주에게 신주 인수 기회를 줄 수 있다. 또 차등의결권 구조를 통해 창업자나 기존 경영진이 소수 지분으로도 안정적인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 프랑스와 독일은 황금주를 보유하거나, 주주총회의 특별결의 요건을 엄격히 설정해 외부의 경영 개입을 차단하기도 한다.

반면 한국은 이 같은 제도적 장치가 사실상 없다.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황금주 제도 모두 법적 근거가 부족하거나 실효성이 미미한 상황이다. 이처럼 제도적 방패가 부재한 상태에서 자사주마저 규제할 경우, 국내 기업은 경영권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상장사 관계자는 “해외도 자사주에 의결권은 부여하지 않지만, EB나 PRS 등 다양한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은 인정한다”며 “무엇보다 해외는 경영권 방어 장치가 잘 마련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하다. 자사주에 대한 인식과 규제 기준이 지나치게 경직되면 국내 기업은 외부 공격에 더 취약한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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