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사무직 수혜 집중 전망...8.6% 비전형근로자 소외 우려

‘주 4.5일 근무제’ 도입 논의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앞으로 한국인의 삶의 방식이 획기적으로 바뀔 전망이다. 근로시간 단축으로 여가 문화 확대나 남성의 육아 참여 증가 등 긍정적인 효과가 예상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주 4.5일제 혜택이 특정 직군과 대기업에 편중돼 사회 양극화를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6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주 4.5일제 도입으로 주중 평일 중 하루는 반나절만 일하는 체계가 정착하면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과 성평등 일터 조성, 여가 증대 등이 기대된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이 지난달 ‘임금정보브리프 2025년 2호’에 발표한 ‘주4일제 시대를 준비하는 한국사회’에 따르면 프랑스 리옹시가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한 결과 직원 중 75%가 이전보다 여가를 더 즐겼으며 ‘워라밸이 개선됐다’고 응답한 비율은 84%에 달했다.
특히 스페인 발렌시아의 주 4일제 실험에선 여가를 ‘육아(돌봄)’에 투입했다고 답한 비율은 44.4%로 주 5일제 근무자(27%) 대비 더 많았다. 이는 한국 사회에 주 4.5일제가 정착되면 남성의 육아 참여 확대와 장기적으로 저출생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통계청 ‘생활시간조사’ 최신 집계에 따르면 맞벌이 가정이라도 남성의 가사노동 시간은 54분에 그쳤다. 이는 여성 187분의 3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모든 직군이 제도의 혜택을 고르게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사무직 종사자(주 40시간 전후 근무)와 공무원은 근로시간 단축의 직접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다. 반면 현장을 쉼 없이 돌려야 하는 생산직군이나 건설 현장 노동자, 교대근무가 불가피한 산업군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택배기사와 캐디, 플랫폼노동자(배달·대리운전)와 같은 특수고용직이나 프리랜서에게는 주 4.5일제가 적용되기 어렵다. 이들은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해 제도적 근로시간 단축의 혜택을 받기 힘들다. 특수고용종사자를 포함하는 ‘비전형 근로자’ 규모는 통계청 집계(2024년 8월) 기준으로 190만3000명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임금 근로자 약 2214만 명의 전체 임금 근로자의 8.6%에 달한다.
윤효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감사는 지난해 ‘주 4일제 법제화의 한계와 문제점’을 통해 “주 5일제도 언감생심인 사람이 다수인 상황”이라며 “지금 시점에서 노동운동이 할 일은 ‘하루 8시간, 주 40시간’을 노동시장 중하층에 제대로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와 관련해 전문가는 ‘노동 양극화’가 발생하지 않도록 취약 직군을 포괄하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플랫폼 노동자나 중소기업 종사자 등 취약한 고용 구조에 있는 이들이 4.5일제의 혜택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며 “정책상 이중구조를 해결하지 않으면 노동 양극화는 더 심화할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특별 지원이 필요하고,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재정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취약 고용군을 포괄하는 정책 설계 역시 필요하다”며 “플랫폼 종사자들에게도 일정한 기준에 따라 휴식권과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