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나서는 기업이 늘고 있다.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법안 통과 전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이나 제삼자 매각 등 우회 처분 사례도 덩달아 증가하는 모습이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자사주 매입 관련 공시(자기주식취득결정 및 자기주식취득신탁계약체결결정)는 총 347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288건)보다 2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자사주 소각 관련 공시(자기주식처분결정 및 신탁계약에 의한 자기주식처분결정)도 올해 들어 287건을 기록, 1년 전 249건에 비해 늘었다.
주요 상장사들의 자사주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실적이 ‘어닝쇼크’를 기록했음에도 최근 4조 원에 가까운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에 내놓은 ‘10조 원 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에 따른 것으로, 올해 10월 8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보통주 5688만8092주, 기타주 783만4553주 규모 자사주를 취득할 예정이다. 이 중 1조1000억 원은 임직원 상여 지급으로 활용하고 나머지 2조8119억 원은 소각할 방침이다.
금융지주사들은 자사주 소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당초 목표였던 9월보다 2개월여 앞당겨 소각을 위한 자사주 639만8075주 취득을 이달 초 완료했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달 5000억 원 규모의 자사주 1034만7131주 소각을 완료했으며, KB금융지주는 역대 최대 규모인 1조200억 원에 달하는 자사주를 5월 소각했다. 이 밖에 셀트리온은 올해만 7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매입했고, 유한양행과 더블유게임즈, 아모레퍼시픽 등이 자사주 거래를 했다.
반면 자사주 담보 EB 발행이나 제삼자에게 매각하는 등 우회 처분하는 기업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EB는 발행사가 보유한 자사주나 계열사 주식으로 교환할 수 있는 권리가 있는 채권으로, 기업은 이를 통해 신주 발행이나 자사주 소각 없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특히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를 제삼자에게 이전하면 의결권이 살아난다는 점에서 우호적인 상대에게 자사주 기반 EB를 발행,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
LS는 지난달 자사주 38만7365주(지분율 1.2%)를 기반으로 650억 원 규모의 EB를 발행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C, SNT홀딩스, LG화학 등도 EB를 발행해 자사주를 처분했다. 태광산업은 24.4%에 달하는 자사주 전량을 담보로 EB 발행에 나서려다 금융당국과 주주 반발에 계획을 보류한 상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