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사용권 인정기간 확대 추진
대형사ㆍ중소형사 양극화 심화

1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장 설계가 유연한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 증가하고 있다. 승인 건수도 2023년 15건에서 2024년 20건으로 33%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12건이 승인되는 등 이미 지난해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러한 분위기는 금융당국의 배타적 사용권 확대 정책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하반기부터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을 기존 3~12개월에서 6~18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보험업법상 공정거래위원회의 사전 검토가 필요하기 때문에 발표가 늦어지고 있다.
보험업계의 특허로 불리는 배타적 사용권은 보험사가 독자 개발한 신상품에 대해 독창성 등을 인정, 일정 기간 경쟁사의 유사 상품 출시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금융당국은 제도의 취지가 상품 혁신 유인에 있는 만큼 일정 기간 독점적 권리를 부여해왔다.
보험업계는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 확대를 반기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기간이 최대 18개월로 늘어난다고 해도 실제로는 3~6개월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18개월 전부를 인정받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이어 “배타적 사용권은 새로운 담보나 상품 개발을 유도하는 지원 정책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라며 “시대 흐름을 반영하는 다양한 상품들이 새롭게 출시되면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배타적 사용권 제도가 본래 목적을 넘어 소비자 편익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독점권이 부여된 기간에는 동일한 보장을 담은 상품이 있어도 다른 보험사는 출시할 수 없다. 소비자들은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보험 가입을 결정해야 하는 것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 입장에서는 충분한 판매 기간이 필요하겠지만 (최대 기간이라도) 18개월은 과도하다”며 “독점이 길어질수록 경쟁은 줄고, 결과적으로 소비자 권익은 침해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배타적 사용권 인정 기간이 12개월을 넘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배타적 사용권 제도가 시장 구조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자본력과 인력을 갖춘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배타적 사용권 승인 건수가 집중되면서 중소 보험사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중소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는 신상품을 빠르게 개발하고 다수의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할 수 있지만 중소 보험사는 인력과 데이터 축적이 부족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 배타적 사용권 승인 건의 절반 이상이 5대 손보사에 몰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은 각각 5건과 2건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같은 기간 삼성화재도 1건을 승인받았다. 반면 AIG손해보험과 MG손해보험은 각각 지난 2017년과 2022년 이후 단 한 건의 배타적 사용권도 획득하지 못했다.
다른 중소 보험사 관계자는 “중소형 보험사나 신생 보험사는 특히 인력 부분에서 개발 여력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대형사와는 차이가 크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중소형사가 아이디어는 먼저 갖고 있더라도 실행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그사이 인력이 풍부한 대형사가 비슷한 상품을 먼저 출시하면 배타적 사용권을 선점당해 오히려 기존 아이디어를 뺏기는 경우도 발생한다"고 토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