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입항 이상의 역할을 하려면 저장·가공·유통을 아우르는 복합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는 제언이다.
한국은행 부산본부는 최근 '부산 신성장동력으로서의 커피산업 여건 점검 및 발전과제' 보고서를 통해 "부산은 국내 커피 수입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관문항이지만, 산업 내 부가가치 생산 비중은 낮다"며 "지역 기반 인프라 확충과 공동 브랜드 육성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수입은 90%, 수출은 58% ⋯ "단순 거점에 머물러선 안 돼"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20~2024년) 국내로 들어온 수입 커피의 92.1%가 부산항을 통해 유입됐다. 수입금액 기준으로는 94.2%다. 그러나 수출액은 58.4%에 머물러, 상당수의 원두가 수도권으로 운반된 뒤 부가가치를 더해 재수출되는 구조다.
이 과정에서 부산은 '경유지' 이상의 산업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는 지역경제의 체질적 한계를 방증한다는 분석이다.
지역 로스터리 기반 취약 ⋯ 도매-가공 격차 커
보고서는 특히 지역 내 로스팅 산업 기반의 취약성을 지적했다. 2023년 기준 부산의 도매업체 대비 가공업체 비율은 39.0%로 전국 평균인 53.2%에 미치지 못했다. 연기·소음 등 민원 우려로 인해 소형 로스터리의 운영이 제한되고, 관련 장비 생산 기반도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는 것이다.
부산항을 기점으로 하는 물류창고 수 역시 10곳 중 2곳뿐이다. 한국의 대표적 수입항임에도 커피 저장·가공에 필요한 기반 시설이 부족한 상황이다.
"벨기에 앤트워프, 일본 요코하마처럼" ⋯ 산업 중심지에 디지털 유통 붙여 허브화
한은은 유럽의 대표적 커피 물류항인 벨기에 앤트워프항을 벤치마킹 사례로 들었다. 앤트워프는 세계 최대의 커피 저장시설과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유럽 수입 커피의 70% 이상을 재가공·재수출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보고서에서는 부산 역시 저장·가공·물류·사후처리까지 하나의 클러스터로 묶는 산업 구조 전환을 주문했다. 특히 기계부품산업 기반을 활용한 로스팅 기기 국산화, 항만 배후단지를 활용한 공동 로스팅·물류센터 설립을 제시했다.
부산 경상대 해운무역학과 서무건 전 교수는 일본 요코하마 사례를 설명하며,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 TYPICA처럼 생산자와 로스터를 연결하는 플랫폼을 통해, 소량 주문·투명 유통 등 부산의 로컬 커피 브랜드와 디지털 기반 유통 체계를 구축하는 등 산업 파급력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야 부산이 커피 허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