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가 주 4.5일제 도입을 공식화한 가운데 건설업계는 “현장 적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정 압박과 인력 구조상 주말 근무가 불가피한 현실에서 노동시간 단축이 공사비 상승과 일용직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정치권과 산업계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3일 기자회견에서 주 4.5일제 시행 시점과 관련해 “강제로 법을 통해 일정 시점에 시행하는 방식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대화를 통해 가능한 곳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법정 근로시간을 당장 줄이기보다 주 4.5일제를 자율적으로 도입한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유도형 모델로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부터 일부 공공기관과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실시한 뒤 민간으로 단계적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 중심의 노동 구조를 가진 건설업계는 이 같은 흐름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 5일제가 도입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상당수 건설현장에서는 여전히 주 6일 근무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건설사 입장에서는 정해진 공기를 맞춰야 하는 건설업 특성상 근무일이 줄어들면 결국 초과근무가 늘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해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준공기한을 연장하면 되지만 발주처와의 협의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결국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공정은 그대로인데 근무시간만 줄면 결국 야근·특근 등으로 메워야 해 인건비가 늘고 작업 강도도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며 “노동시간 단축의 취지를 살리려면 발주처부터 공기 여유를 줘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건설현장의 4.5일제 도입 가능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건설사가 인력 운영과 납기 대응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근무일이 줄면 수입이 곧바로 줄어드는 일용직 특성상 현장 근로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건설업은 특정 인력이 빠지면 전체 공정이 멈출 수 있는 구조라, 휴무 확대에 대한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며 “단축된 노동시간을 대체할 인력 확보 없이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산업재해나 품질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제 현장에서는 아직 주 52시간제도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특히 일용직·현장 노동자들은 근무일 감소가 곧바로 수입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제도 도입에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논의가 장기적으로는 건설업의 체질 개선을 이끌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스마트건설, 자동화 장비, 모듈러 공법 등이 확산된다면 근로시간 의존도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노동시간 단축을 현실화하려면 인력 중심의 공정 구조에서 기술 중심 구조로 전환이 필수”라며 “현장 투입 인력을 줄이면서도 효율을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주 4.5일제도 실질적으로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