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정확도 세계 최고 수준인 '78%'
개인 맞춤형 초정밀 의료 실현 도전

LG AI 연구원이 차세대 정밀 의료 인공지능(AI) '엑사원 패스(EXAONE Path) 2.0'을 공개했다. LG는 본격적으로 암을 정복하기 위한 의료 AI를 실현할 계획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AI와 바이오를 미래 기술로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9일 LG AI 연구원은 엑사원 패스 2.0을 선보였다고 밝혔다. 새 모델은 22일 열리는 'LG AI 토크콘서트 2025'에서 소개된다.
LG AI연구원은 지난해 8월 1.0 모델을 선보인 후 지난달에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의 종양학 학술 행사인 ASCO 2025에서 1.5 모델을 공개한 바 있다.

엑사원 패스 2.0은 1.0 모델과 비교해 고품질 데이터를 학습했고, 병리 조직 이미지로 유전자 변이와 발현 형태, 인체 세포와 조직의 미세한 변화와 구조적 특징을 정밀하게 분석하고 예측할 수 있어 암 등 질병의 조기 진단과 예후 예측, 신약 개발과 개인화된 맞춤 치료 등에 활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정밀 의료 AI 모델이다.
신모델은 병리 조직 이미지와 생명 현상을 이해하고 질병의 원인과 치료법 연구에 활용할 수 있는 유전 정보를 담은 DNA와 RNA 등 멀티오믹스 정보를 학습했다.
엑사원 패스 2.0은 환자의 조직 표본을 현미경으로 관찰해 얻는 고해상도 디지털 이미지, 즉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WSI)와 유전 정보를 함께 학습한다. WSI는 방대한 세포와 조직 구조 정보를 담고 있어, 한 장의 이미지 용량이 기가바이트(GB) 단위에 달한다. 일반적으로 이 이미지는 수천 개의 작은 조각(패치)으로 나눠 분석된다.

기존 AI는 패치 단위로만 이미지를 분석하다 보니, 특정 세포나 조직에만 집중해 전체 맥락을 놓치는 ‘특징 붕괴’ 현상이 발생할 수 있었다. LG AI연구원은 ‘엑사원 패스 2.0’에 패치 단위는 물론 전체 슬라이드 이미지까지 함께 학습하는 신기술을 적용해, 유전자 변이 예측 정확도를 세계 최고 수준인 78.4%까지 끌어올렸다.
박용민 LG AI연구원 AI 비즈니스팀 리더는 “엑사원 패스 2.0을 활용하면 기존 2주 이상의 유전자 검사 소요시간을 1분 이내로 단축해 암 환자의 치료 골든타임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며 “의사와 제약사가 빠른 시간 내에 암 환자의 조직 표본 병리 이미지를 분석해 어떤 유전자에서 변이가 발생했는지 빠르게 확인하고, 이에 맞는 표적 치료제를 식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LG AI연구원은 폐암과 대장암 등 특정 질병 특화 모델도 추가로 공개했다. 특화 모델은 불필요한 검사를 줄이고, 질병을 치료하는 표적 약물을 사용할 수 있는 환자군을 조기에 선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LG AI연구원은 미국 최상위 의료연구기관인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의 황태현 교수 연구팀과 세계 최고 수준의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에도 나선다.
황 교수는 미국 정부가 주도하는 암 정복 프로젝트인 '캔서문샷'의 위암 프로젝트를 이끄는 한국인 석학이다. 밴더빌트대학교 메디컬 센터에서 인공지능과 분자 의학 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분자 AI 이니셔티브를 창립했다.
연구실 단계에 그치는 의료 AI 기술을 실제 임상 현장으로 투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게 목표다. 이는 임상 AI 구현 분야에서 세계 첫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구체적으로 LG AI연구원과 황 교수 연구팀은 임상시험에 참여 중인 암 환자들의 실제 조직 표본과 병리 조직 이미지,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 발생 근본 원인 식별 △질병 조기 진단 △새로운 바이오마커와 타깃 발굴 △환자 개인별 유전자 정보에 맞는 치료 전략 개발 △치료 효과 예측 기술을 고도화해 개인 맞춤형 정밀 의료 시대를 여는 멀티모달 의료 AI 플랫폼을 개발할 계획이다.
LG AI연구원과 황태현 교수 연구팀은 암 분야를 시작으로 향후 이식 거부와 면역학, 당뇨병 등으로 연구 범위를 확장할 계획이다.
황 교수는 "우리의 목표는 단순히 새로운 AI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 현장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활용할 수 있는 AI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가 개발하는 AI 플랫폼은 단순한 진단 도구가 아니라 신약 개발의 전 과정을 혁신하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LG AI연구원은 미국 잭슨랩(JAX)과는 알츠하이머 인자 발굴 및 신약 개발을 하고 있다. 또 백민경 서울대 교수 연구팀과는 차세대 단백질 구조 예측 AI를 개발하는 등 전 세계 제약·바이오 기업들과 신약 개발 AI 협업 논의를 활발하게 이어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