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뒤바뀐 법원 스타

입력 2025-07-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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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 오전 10시 법원에는 알람 시계가 필요 없다. 매주 이 시간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공판기일이 열리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은 재판 시작 전부터 법원 포토라인에 모여 윤 전 대통령의 이름을 연호한다. 이윽고 윤 전 대통령이 법원에 도착하면 응원의 목소리가 건물 한쪽을 가득 채운다.

지지자들은 질서를 통제하기 위해 나온 법원 직원들과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한 법관은 판사들이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나가는 것조차 힘들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마치 연예인의 팬미팅을 연상시키는 광경이다.

법원 주변은 다른 세계가 됐다. 경찰 차벽이 도로를 에워싼다. 지지자들은 법원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피켓을 들고 돌아다닌다. 일반 시민들은 이 소동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교통 통제로 인한 시민 피해는 덤이다.

이런 풍경은 낯설지 않다. 과거부터 이 같은 장면은 반복돼왔다. 어느새 전 대통령들이나 정치인들이 법원을 들락날락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 아닌 일상사가 됐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법원 스타’는 이재명 대통령이었다. 이 대통령이 재판을 받을 때도 무죄와 구속을 외치는 지지자들이 법원을 메웠다. 대통령 당선과 함께 재판이 줄줄이 무기한 연기되면서 이제 법원 스타는 윤 전 대통령으로 교체됐다.

법원은 일종의 정치적 무대가 됐고 재판에 출석하면서 내뱉는 그들의 말과 행동 하나하나는 재판부에 대한 일종의 압박으로 비치기도 한다. 법원은 정치인들이 정치적 시련을 극복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되기도 하고, 때로는 (특히 당사자 처지에서) 납득되지 않는 판결을 내리는 악역이 되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재판 과정은 드라마처럼 소비된다.

카리스마나 인기도 정치 지도자 입장에서 중요한 요소지만 그보다 앞서 필요한 조건은 도덕성과 청렴함이다. 지지자들이 정치인을 응원하는 곳은 법원이어서는 안 된다. 정치 지도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법정 앞에서 말솜씨와 행동거지로 재판을 조종할 능력이 아니라 애초에 법정에 설 일이 없는 도덕적 품격이다. 더는 정치 지도자들이 새로운 법원 스타가 될 일은 없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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