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 금융회사들의 업종별 하반기 신용도 향방이 지난해와는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로 연이어 신용등급 강등 조치를 겪었던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사들이 바닥을 치고 최근 실적 및 재무구조 개선 추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부실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데 따른 기저효과로 올해 줄줄이 흑자로 전환하는 등 기업 체력을 회복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보험사와 일부 증권사들은 실적과 재무구조가 뒷걸음질 치면서 업종 내 신용도 양극화 가능성이 제기됐다.
6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1분기 생명보험(-2144억 원), 손해보험(-5616억 원), 증권(-124억 원) 등 순이익은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부동산신탁(337억 원), 저축은행(1991억 원)은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의 반등이다. 저축은행 업권은 2023부터 2년 연속 적자가 지속했고, 지난해 부동산신탁은 2010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두 업종 모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분위기 반전에 나섰다. NICE신용평가는 “대규모 손실을 지난해 이미 반영한 데 따른 기저효과 영향이 컸다”며 “부동산 PF 관련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축소되면서 위험자산 부담도 줄었다”고 말했다.
반대로 지난해 실적을 끌어올린 생명보험, 손해보험, 증권업권은 올해 1분기에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증권사는 기준금리 인하와 증시 회복 기대에도 불구하고 수익성 지표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손보 업계도 작년 고금리 효과가 둔화하면서 수익성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자산운용 이익 감소와 보험금 지급이 늘면서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하반기 금융업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여부와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 등의 변수에 실적이 좌지우지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초까지 기준금리를 3.5%에서 2.5%로 네 차례 인하했고, 새 정부는 추가경정(추경)예산 집행과 배드뱅크 도입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섰다. 금융권의 부동산 PF 불안도 시스템 리스크에서 벗어나 점진적으로 관리 가능한 국면에 진입했다. 저축은행의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 비율은 2022년 말 자기자본의 141%에서 올해 3월 말 72%까지 낮아졌고, 캐피털(여신전문금융회사)도 같은 기간 95%에서 60%로 감소했다.
금융 당국은 지난해부터 PF 사업성 평가 기준을 3단계에서 4단계로 세분화했고, ‘유의’ 및 ‘부실우려’ PF에 대한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지난 3월 기준 유의 및 부실 우려 PF 규모는 21조9000억 원으로 전체 PF의 11.5%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당국은 위험 PF 수준이 금융회사 별 충당금과 자기자본으로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내수 경기 회복은 아직 가시화되지 않았고, 고금리 시기의 부실 후유증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개선 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NICE신용평가는 증권업종에 대해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신용등급 전망을 상향한 반면, 저축은행과 부동산신탁, 캐피탈 등은 실적 회복 흐름에도 불구하고 ‘부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수익성과 건전성 회복이 뚜렷하지 않다는 이유다. NICE 신용평가는 “하반기 금융사 신용등급 조정은 미국의 관세정책, 한국의 재정정책, 경기 회복 속도 등 외부 변수가 주요 고려 대상”이라며 “금융권의 실적 흐름이 전반적 개선보다는 ‘선별적 반등’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업종 간, 기업 간 격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