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금대란 우려…“실수요자 위한 보완책 필요”

정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에 부동산 시장이 혼란을 겪고 있다. 당장 이달 수도권 지역에서만 23개 단지가 입주를 앞둔 가운데 분양 계약자들이 세입자를 찾지 못해 자금난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7월 한달동안 서울, 경기, 인천에서 총 23개 단지, 1만1863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성동구 행당동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958가구), 용답동 청계SK뷰(396가구), 도봉구 방학동 도봉롯데캐슬골든파크(282가구) 등 다수 단지가 순차적으로 입주를 시작한다.
경기에서는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더샵일산퍼스트월드(3단지)4BL(487가구), 화성시 신동 동탄파크릭스(2063가구) 등이, 인천 지역에서는 연수구 송도동 힐스테이트레이크송도4차(1319가구) 등 대규모 단지가 입주 예정이다.
문제는 분양 계약자들이 입주를 앞두고 잔금 마련을 위해 전세 세입자를 구해 보증금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 규제로 해당 방식이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정부는 ‘조건부 전세대출 금지’ 조치를 통해 소유권 이전 전 세입자의 전세보증금 대출을 틀어막았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수분양자들 사이에서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는 전화가 많이 온다”며 “막연하지만 후속 대책이 좀 더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는 분들 사이에서는 일단 지켜보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는 “라체르보푸르지오써밋의 경우 일단 (주택담보대출) 6억 원에 현금을 가져올 수 있는 분들 위주로 입주를 준비하고 있다”며 “그게 안된다면 (전세)가격을 내리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원래 전세금을 통해 잔금을 치루려던 이들의 자금 계획에 차질이 생긴 것“이라며 “실거주를 하라는 취지인데, 이 방안으로 전세값이 잡히는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주거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규제가 처음 나올 때는 세세한 내용까지 담지 못하고 모든 걸 일괄로 규제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번에 6억 원 대출 금지 조치에도 계약금을 낸 경우에는 보호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처럼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경우 정부가 결국 보호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달 27일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 28일부터 수도권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 원으로 제한하면서도 27일까지 주택 매매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금까지 이미 납부한 경우는 기존 규정을 적용받도록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이어 “현재 중도금까지 다 내고 당장 입주 앞두고 있는데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들까지 피해를 본다고 한다면 규제에 대한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 또한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실수요자들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그런 수요들이 월세나 비선호 주거지역으로 밀려나게 되고, 수요 누적으로 인해 임대료나 월세 가격 상승 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