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美 재고 소진 임박…‘버티기 전략’ 한계 국면
“車 25% 관세 유지…현대차 영업이익 6.3조 감소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 종료되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내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사는 25%에 달하는 수입차 관세 부과에도 차량 가격을 동결하며 시장 점유율을 방어해 왔지만 더는 버티기 어려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미국의 수입차 관세 인상 영향권에 본격적으로 들어서며 차량 가격과 인센티브 전략을 재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4월 초 수입차에 25%의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이에 현대차는 현지 재고를 활용해 미국 권장소비자가격(MSRP)을 동결하며 점유율 방어에 집중했다. 4월 기준 현대차는 약 3개월치, 기아는 2개월치 재고를 보유했지만 이 물량도 소진이 임박했다. 여기에 관세 유예 연장이나 폐지 가능성도 사라지면서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가동이 불가피해졌다.
재계 한 관계자는 “3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백악관 방문, 6월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의 미국 통상장관 회담, 이재명 정부 출범 등을 계기로 통상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결국 국내 기업들에 불리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며 우려했다.
메리츠증권은 미국이 25% 관세를 유지할 경우 현대차의 연간 영업이익이 6조2600억 원 줄어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의 44%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적 우려는 이미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의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는 6개월 전 15조600억 원에서 최근 13조2800억 원으로 약 1조8000억 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1조4000억 원 줄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섰다. 일본 스바루는 전체 라인업의 가격을 평균 4.2% 인상했고, BMW도 미국 내 판매 차량 가격을 1.9% 올리기로 했다. 포드는 멕시코에서 생산한 차량의 미국 수출 가격을 최대 2000달러(약 280만 원) 인상했다.
5월 미국 완성차 시장의 MSRP는 5만968달러(약 6949만 원)로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신차 평균 거래가격(ATP)도 4만8799달러(약 6663만 원)로 7000만 원에 육박했다. 중고차 시장도 상승세다. 맨하임 중고차 가격지수는 5월 기준 205.9(1997년 1월=100)로 전년 동기 대비 4.4% 상승했다.
현대차는 “수요와 공급 변동에 맞춰 탄력적으로 가격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세로 신차 가격이 오르면 수요 위축으로 판매에도 타격이 예상되지만 신차 프로모션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해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