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의 시사직설] 유럽의 ‘불편한 진실’ 中자본의 침투

입력 2025-06-26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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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강남대 교수ㆍ경영학 / '자교모' 공동대표

서구 상당한 진행…규제강화 추세
동유럽도 무역역조·문화갈등 커져
韓, 자본·기술 유출 면밀한 대응을

유럽지역에서는 2012년부터 중국의 일대일로(BRI: Belt and Road Initiative) 사업 일환으로 사회간접자본 등 국가기간산업을 중심으로 자본침투가 이뤄졌다. 서유럽지역은 독일을 중심으로 민간교류 활성화 차원에서 산업설비, 자동차 등 기계부문으로의 자본유입이 시작되었다. 이후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스웨덴, 이탈리아, 스위스, 이스라엘 등지로 물류 부동산, 에너지, 자동차, 반도체, 바이오 등 핵심 산업에 대한 경영지배권 획득으로 확대되었다.

1926년 설립된 독일의 자동차 선도기업 다임러벤츠는 2007년 크라이슬러와의 합병을 청산하고 2018년 2월 중국의 지리자동차에 지분 9.69%를 90억 달러(한화 약 12조 원)에 매각함으로써 실질적 경영권이 중국에 귀속되었다. 지리자동차는 2021년 10월 다임러의 상용차 부문 지분도 5% 인수하여 완전한 경영권을 장악하였다.

영국 소재 유럽 최대의 물류 부동산 회사 로지코(Logicor)는 2017년 블랙스톤(중국이 최대 주주인 세계 최대의 사모펀드 운영회사)이 중국투자공사(CIC)에 지분 100%를 122억5000만 유로(한화 15조5000억 원)에 매각함으로써 중국이 서유럽 물류망을 장악하게 됐다. 영국은 2012년에는 런던의 상수도 공급사인 템스워터(Thames Water)도 CIC에 매각한 바 있다.

프랑스는 석유 및 가스탐사 생산업체인 GDF Suez의 자회사 E&P International의 지분 30%를 30억 달러에 CIC에 매각했고 프랑스 최대 미디어그룹 비벤디(Vivendi)는 2020년 중국 텐센트 그룹에 주요 지분이 35억 달러에 매각됐다. 이탈리아 타이어 및 에너지설비업체 피렐리는 중국국영화학공사(ChemChina)와 외환관리공사(SAFE)에 2015년 78억 달러에 매각되었고 네덜란드 최대 반도체 디자인사인 NXP Semi는 2016년 28억 달러에 중국 CIC에 매각되었다.

스웨덴 역시 2018년 볼보그룹이 중국 지리자동차에 최대지분율을 33억 달러에 매각하였고 엔터테인먼트 회사 Spotify는 텐센트 그룹에 17억 달러에 매각되었다. 스위스는 세계 최대의 농작물, 농약회사인 Syngenta AG가 2016년 중국투자지주와 중국화공그룹 컨소시엄에 단일규모 최대인 430억 달러(한화 52조 원)에 매각되었다. 이스라엘은 2016년 세계 최대 게임회사인 Playtika를 44억 달러에 중국의 샹하이 자이언트 네트워크에 매각하였고 그다음 해에 농업기술을 중국법인에 40억 달러에 매각하였다.

이와 같이 서유럽지역에 진출한 중국은 자신의 국영기업과 국영투자회사를 중심으로 해당국 핵심 기간산업을 타깃으로 설정하여 이루어졌다. 중국 자본의 유럽 진출은 주요 경영권 통제를 통해 중국 정부의 지배력을 강화시키고 기술 유출에 따른 산업구조 고도화 지연, 무역구조의 왜곡과 중국인 이민 유입에 따른 문화적 갈등 초래 등 다양한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유럽연합(EU)은 이에 따라 중국 자본의 불법적 계약(상호주의에 벗어난 지분참여에 따른 기술이전 공식화 등)을 시정하기 위해 중국 자본의 무차별 유입을 억제하고 엄격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어 중국에 대하여 품목별로 40% 이상의 고강도 관세장벽을 실시하는 등 중국자본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함과 아울러 추가적 자본유입을 사실상 중지시키고 있다.

이에 반해 동유럽지역은 저신용도에 따른 해외자본 도입의 불리한 조건을 극복하고자 중국의 대대적인 도로, 항만, 철도, 전력 등 기간산업 투자(BRI)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들 국가(폴란드, 체코, 슬로바키아, 헝가리, 불가리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등 16개국)는 오히려 중국기업 투자에 따른 세제 혜택, 토지 우선 사용 허가,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 등 적극적 투자우대정책을 폈었다.

시간이 갈수록 중국의 투자는 전술한 바처럼, 산업부문에서의 중국지배력 강화, 무역 분쟁이나 기술이전 시의 중국중심 처리, 저임금 중국인 이주에 따른 노동시장 교란 등의 문제가 확대됐다. 이에 따라 16개국 중 리투아니아 등 발트3국 탈퇴로 중국과의 BRI 조약국가들은 13개국으로 줄어들었다. 이들 동유럽지역의 대중국 무역 역조는 해마다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그 이유는 주로 사회간접자본 설비업체 중심으로 투자가 이루어져 원료 및 원부자재 조달의 중국수입은 많아지는 반면 수출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동유럽지역, 특히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은 생활 수준이 높은 국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중국투자기업이 중국 본토보다 못한 저인건비 유지를 고수함에 따라 이들 지역에서는 프랑스, 독일, 벨기에 등지로 노동력이 이탈하는 이른바 노동력 엑소더스가 발생하고 있다. 동시에 농민공을 주축으로 한 중국 서부지역의 값싼 중국인 노동력 유입으로 차이나타운 형성 등 문화적 갈등이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지역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반중국 정책대안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중국위험제거정책(China Derisking)을 취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유럽지역은 이미 중국에 거의 예속된 상태하에서 정책입법화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우리는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장 가깝게 자리잡고 있어 자본 및 기술유출에 따른 피해가 그 어느 나라보다 심각한 상태이다. 새 정부가 과연 탈중국위험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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