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차기 연준 의장 조기 지명 검토…시장 새 뇌관 되나

트럼프 “후보 서너 명 알고 있어”
9~10월 조기 지명 가능성
워시 전 연준 이사·해싯 현 NEC 위원장 등 하마평
금리인하 압박 커지자 달러지수 3년래 최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조기에 지명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기준금리 인하 압박을 강화하기 위해 차기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을 조기 지명하는 것을 고려 중이다. 중동 불안에도 순항하던 시장에 새 불안요소가 떠올랐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 도중 ‘차기 연준 의장 후보들에 대한 면접을 시작했는지’ 묻는 취재진 말에 “내가 임명할 사람으로 서너 명 정도를 알고 있다”며 “이 말은 그(제롬 파월 현 연준 의장)가 다행히도 곧 나간다는 의미”라고 답했다.

파월 의장은 내년 5월 퇴임한다. 임기는 1년 안쪽으로 접어들었다. 통상 연준 의장 인수인계가 3~4개월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파월 의장 후임은 내년 초 지명되면 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9월이나 10월 차기 의장 후보자를 발표하는 것을 최근 몇 주 동안 검토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WSJ는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와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 소식통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데이비드 맬패스 전 세계은행(WB) 총재,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도 후보로 거론했다.

파월 의장을 무력화하고 연준의 독립성을 해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는 미국 금융시장의 또 다른 뇌관으로 부상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러한 시도를 할 때마다 증시와 달러 가치가 급락하고 채권시장이 혼란을 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을 가리키고 있다. (헤이그/로이터연합뉴스)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이 조기 지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자 달러가 약세를 보였다. 연준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거라는 전망이 번지면서다. 주요 10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블룸버그달러현물지수는 1195.38까지 떨어지면서 2022년 4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수는 트럼프 대통령과 파월 의장이 본격적으로 다투기 시작한 올해 벌써 8% 넘게 하락했다.

마켓츠라이브의 마크 크랜필드 투자전략가는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10월까지 새 연준 의장을 지명할 가능성을 조기 금리 인하 신호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연준이 9월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러한 잠재적인 변화는 7월 0.25%포인트(p) 인하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가능성을 키운다”고 분석했다.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은행의 로드리고 카트릴 투자전략가도 “파월 의장을 향한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추측은 타당하다”며 “이는 달러 매도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파월 의장을 향한 비난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 생각에 그는 끔찍하다. 정신적으로 평범한 사람이고 하는 일에 비해 지능지수(IQ)가 낮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그가 아주 멍청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IQ 발언에 취재진이 웅성거리기도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랑곳하지 않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나는 ‘만약 1년이나 2년, 3년 뒤에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그때 금리를 올려 대처하라’고 파월에게 말했다”며 “내 생각에 그는 정치적인 사람”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