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 장벽ㆍ정보 격차 줄여 리테일 확장

최근 증권사들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에 해외 투자 정보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해외 투자가 일상화된 가운데 언어 장벽을 낮추고 현지 정보 접근성을 높여 ‘서학개미(해외 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 고객을 유치하려는 취지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NH투자증권은 최근 MTS ‘나무’에 글로벌 콘텐츠를 대폭 추가했다.
나무에서는 미국 대표 투자분석 매체인 펀드스트랫과 시킹알파, 벤징가 등과 파트너십을 맺어 현지 전문가 리포트, 시장지표 분석, 급등락 종목 원인 분석 등 현지 투자정보를 한글로 제공한다. 또 월스트리트저널(WSJ), 이코노미스트 등 해외 주요 외신 헤드라인 기사도 변역해 준다. 특히 NH투자증권은 인공지능(AI) 기능을 적극 활용했다. 오리지널 투자 정보를 가져오는데 그치지 않고 AI를 통해 요약, 번역, 더빙 기능을 더해 언어 장벽도 낮춘 것이다.
한국투자증권도 올해 들어 MTS에 ‘Sleepless in USA’ 리포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사 스티펄 파이낸셜과 제휴를 맺어 미국 현지 리포트를 하루에 두 번씩 제공하는 서비스다. 또 ‘해외 ETF 모아보기’ 서비스로 고배당, 레버리지·인버스 등 테마별로 주요 ETF를 한눈에 비교ㆍ검색할 수 있게 했다. 어려운 해외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고 이를 토대로 투자 전략을 세울 수 있게끔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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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증권은 해외기업의 실시간 어닝콜 번역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에 나섰다. 650여 개 해외 기업의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을 실시간으로 녹취, 요약, 번역해 제공하는 기능으로, 일주일에 15만 명이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KB증권도 미국 상장기업의 공시 정보를 제공하는 ‘스탁브리핑’과 ‘스탁어닝콜’ 서비스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스탁브리핑은 국내 및 미국 상장기업들의 투자설명(IR) 자료, 배당 및 증자 정보를 신속하고 편리하게 제공하고, 스탁어닝콜은 미국 기업의 실적발표 내용을 AI가 요약한 정보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다.
키움증권은 미국 주식 전 종목을 대상으로 조건별 맞춤 검색이 가능한 종목 스크리닝 기능을 MTS에 추가했다. 시가총액, 주가 등락률, 영업이익 등 세부 조건을 조정해 저평가 성장주, 꾸준한 배당주, 수익성 높은 기업 등 다양한 조건식으로 종목을 검색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MTS에 해외 투자 정보 콘텐츠를 강화하는 이유는 서학개미가 점점 늘어나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약 1236억 달러로 2023년(680억 달러) 대비 두 배 가까이 늘었다. 다양한 해외 투자 상품에 대한 정보 격차를 줄이기 위해 플랫폼 차원의 진화가 필수적이라는 설명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주식 투자 비중이 커진 상황에서 서학개미를 붙잡는 건 곧 리테일 점유율 경쟁”이라며 “질 좋고 독점적인 해외 투자 정보가 결국 장기적인 리테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핵심 비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