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대형 투자은행(IB) 진입을 목표로 하는 키움증권이 부진한 기업공개(IPO) 주관 성적을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하이케어넷과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주관한 기업들 대부분이 상장을 철회하는 등 잇단 IPO 악재에 시달린 키움증권이 IB 실적 회복을 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5일 IB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올해 주관을 맡아 상장까지 성공시킨 기업은 한 곳도 없다. 앞서 킥보드 유통기업 아론과 드론업체 숨비 등이 키움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고 상장을 추진 중이었지만 자진 철회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키움증권이 주관한 초박형 강화유리 제조업체 도우인시스가 수요예측까지 진행했으나 주주 간 계약 일부를 증권신고서에 적지 않은 점이 드러나면서 관련 일정이 중단됐다. 이로써 키움증권의 대표주관 실적은 지난해 상장한 유라클 이후로 지금까지는 0건(스팩 제외)을 기록하게 됐다.
키움증권은 지난해 엄주성 사장이 취임한 이후 IB조직을 기업금융부문으로 격상, 현재 초대형IB 진입을 목표로 관련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이미 '리테일 강자'로 자리잡은 키움증권이지만 실적이 리테일에 쏠려 있어 수익원 다각화가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IPO 부문에서 잇단 고배를 마시면서 IB 역량 한계가 드러난 것 아니냔 회의적인 평가가 일각에서는 나오고 있다. 특히 도우인시스 사태로 주관사로서의 기본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이 같은 평가가 더욱 공감받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 전문기업 하이케어넷이 IPO 주관사로 키움증권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이목이 쏠린다. 하이케어넷은 인성정보 자회사로, 미국 원격의료 시장을 중심으로 원격환자모니터링(RPM) 및 만성질환관리(CCM)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번 주관 계약을 시작으로 2027년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IPO 준비에 들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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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이케어넷 IPO도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일부 나온다. 하이케어넷은 2020년 인성정보의 헬스케어 사업부문이 분할되어 설립된 회사로, 최근 자본시장에서 논란이 되는 '물적분할 후 쪼개기 상장' 사례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당초라면 물적분할 후 5년이 경과해 한국거래소의 강화된 심사 허들만큼은 큰 무리 없이 넘을 수 있었겠지만, 최근 거래소가 물적분할 심사를 보다 강화하겠다고 예고하면서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됐다. 거래소는 향후 모회사의 주주보호 노력 등을 심사하는 5년 기간 제한을 삭제하고 영업양도와 현물출자 등의 기업분할까지 심사 기준에 포함할 예정으로 알려진다.
키움증권은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과 코스닥 상장을 꾸준히 하는 한편 코스피 딜 수임 등을 통해 IPO, 나아가 IB 역량 강화에 지속적으로 힘쓰겠다는 계획이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그간 부족했던 코스피 주관 역량을 높이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올해 부채자본시장(DCM) 쪽에서는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고, 커버하는 업체들도 계속 늘고 있어서 주식자본시장(ECM)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