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차세대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에서 일라이 릴리가 노보 노디스크를 앞질렀다는 평가가 나왔다. 미국 시카고에서 20일(현지시간)부터 23일까지 열린 미국당뇨병학회(ADA 2025) 연례학술대회에서 양사의 임상 데이터가 나란히 공개되서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릴리는 먹는 비만약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의 유의미한 임상 3상 결과를 발표하며 차세대 경구형 치료제로 주목받았다. 반면, 노보 노디스크의 기대작 ‘카그리세마(CagriSema)’는 큰 체중 감량 효과에도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주가가 하락했다.
2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일라이 릴리는 ADA 2025에서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3상 ‘ACHIEVE-1’ 결과를 공개했다. 오포글리프론은 위약 대비 헤모글로빈A1c 수치를 유의하게 개선했으며, 최고 용량(36㎎) 기준 평균 7.9%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다. 릴리 측은 “아직 정점에 도달하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추가적인 체중 감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오포글리프론은 하루 중 아무 때나 복용 가능하며, 음식 섭취와 무관하게 투약할 수 있어 주사제를 기피하는 제2형 당뇨병 환자에게 유리한 옵션으로 꼽힌다. 부작용은 메스꺼움 등 경미한 위장 장애가 대부분이었고, 간 독성 등 중대한 이상 반응은 관찰되지 않았다. 릴리는 올해 말까지 글로벌 규제기관에 체중 감량 관련 적응증을 신청하고, 2026년 제2형 당뇨 치료제로 본격 승인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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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 후발 주자인 주 1회 주사제 카그리세마(CagriSema) 임상 결과도 이번 학술대회에서 발표됐다. 카그리세마는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수용체 작용체인 세마글루타이드와 아밀린 및 칼시토닌 수용체 이중 작용제인 카그릴린타이드를 조합한 물질이다.
당뇨병이 없는 과체중·비만 환자를 대상으로는 68주차에 체중 감소율 22.7%, 제2형 당뇨병 환자 대상 체중 감소율이 평균 15.7%로 나타났다. 안전성도 기존 GLP-1 치료제 계열과 유사했고, 가장 흔한 부작용은 경미하거나 중등도의 위장관 문제였다.
높은 체중 감소율에도 시장 반응은 차가웠다. 폴 르쥬(Paul Lejuez) 씨티리서치 애널리스트는 “노보 노디스크가 자체적으로 제시했던 목표치인 25%를 달성하지 못해 투자자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해당 결과가 발표된 23일(현지시간) 노보 노디스크의 미국 상장 주가는 5.5% 하락했다.
이번 학회에서는 암젠의 월 1회 투약형 비만치료제 후보 물질인 ‘마리타이드’의 임상결과도 공개됐다. 52주 동안 진행된 임상 시험에서 비만만 있는 환자들은 평균 12.3~16.2%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고, 약물을 꾸준히 복용한 사람들은 평균 19.9%의 체중 효과를 봤다. 다만, 고용량 투약군에서는 구토 등 위장관 부작용으로 인해 중도 중단율이 높았고, 고용량군의 90%가 구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암젠은 마리타이드를 기반으로 올해 심혈관질환, 심부전, 수면무호흡증 등으로 적응증을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