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건설이 신용등급 강등 이후 첫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이라는 수모를 안았다. 2022년 말 ‘부정적’ 전망으로 떨어졌을 때도 메리츠증권과 시중은행의 지원에 힘입어 유동성 불안을 잠재워온 롯데건설이었다. 현 시장은 신정부의 경기 부양책과 금리 인하 기조로 강세 분위기임에도 미매각을 받아들게 되면서 롯데그룹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전일 진행한 올해 첫 회사채 공모 수요예측에서 전량 미매각을 기록했다. 짧은 트렌치(만기 구조)와 높은 금리밴드 모두 투자자 입장에서 매력적인 수준이었다. 롯데건설은 1년물과 1년6개월물 각각 5.4~5.7%, 5.6~5.9%의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 밴드를 제시했다.
상반기 정기 평가에서 신용등급이 강등된 영향이 컸다. 지난 18일 신용평가 3사(NICE신용평가·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는 롯데건설의 선순위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A+, 부정적’에서 ‘A0, 안정적’으로 일제히 하향했다. 이는 2022년 강원중도개발공사 채권 경색 사태로 신용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등급 전망으로 떨어진 지 약 2년 6개월 만의 조정이었다.
롯데그룹은 오랫동안 공모 회사채 시장의 약한 고리로 꼽혔다. 포트폴리오 기업인 롯데건설(건설), 롯데케미칼(화학) 등의 업황이 부진했기 때문이다. 이에 신용 전망 ‘부정적’ 강등 직후인 2023년 초 롯데그룹은 메리츠증권과 1조50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자금을 수혈했고, 2024년에는 롯데건설이 시중은행, 증권업계와 함께 2조3000억 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매입 펀드를 조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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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유동성 위기설’의 진원지인 롯데케미칼 회사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그룹의 상징인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까지 담보로 내놓으며 신용 보강에 나서기도 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롯데건설은 이후 7차례 공모채를 발행해 약 7000억 원을 회사채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러나 전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단 한 건의 매수 주문도 받지 못하게 되면서 다시 자금조달 이슈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그동안 단발성으로 보충해온 유동성 약발이 떨어진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나온다. 신용평가업계에서는 롯데건설이 단기 유동성 리스크 완화에도 불구하고 지방 아파트 미분양 등 PF우발채무가 여전히 과중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롯데건설은 지난해 연결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4% 증가한 7조8600억 원을 기록하고도,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1.6%포인트(p) 하락한 2.2%를 나타냈다. 후분양 사업장, 대형 프로젝트의 미청구공사와 준공현장 미수금 등으로 운전자본 부담이 증가하면서 자금 부담이 증가했다. 지난해 롯데건설이 분양을 시작한 김포 풍무, 의정부 나리벡, 광주 중앙공원 등은 분양률이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매각 물량은 주관사인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나눠 인수한다. 총액인수 주관사는 개인투자자 또는 기관을 대상으로 재판매해 물량을 소화할 예정이다. 주관사 입장에서는 이 또한 부담이다.
다른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웰푸드는 이날, 롯데렌탈은 25일 공모채 수요예측을 진행예정이다. 롯데웰푸드의 신용등급은 ‘AA0’, 롯데렌탈 ‘AA-’이며, 양사 신용등급 전망은 모두 ‘안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지만, 만기가 다소 길다는 점은 리스크다. 롯데웰푸드의 만기는 3, 5년으로 각각 500억 원씩 구성됐다. 롯데렌탈은 2, 3년물을 합해 1000억 원 발행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