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추경)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폐업이 속출하고 있는 중소·중견건설사들의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 침체로 지방 미분양 적체가 심화하는 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전쟁으로 대내외 경제 불안정성까지 커졌기 때문이다.
23일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폐업한 종합건설업체는 214곳으로, 전년 동기 대비 9.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내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건설사 폐업이 가장 많았던 지난해(529곳)와 비슷한 수준에 달할 수도 있다.
이는 '악성'으로 꼽히는 준공 후 미분양 적체로 건설사들의 수익성이 악화한 영향이 크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전국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전월 대비 5.2% 늘었다.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만6000가구를 넘긴 것은 2013년 8월(2만6453가구) 이후 최초로, 11년8개월 만의 최대다. 특히 중소·중견사 분양 물량이 많은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하면서 유동성 위기감이 커졌다. 4월 말 기준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의 82.9%는 지방(2만1897가구)에 쌓여 있다.
이 가운데 주요 건설사들의 부채 비율은 200%를 넘기며 유동성 위기가 커진 상태다. 분양평가사 리얼하우스가 지난해 말 기준 아파트 브랜드를 보유한 상장 건설사 34곳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평균 부채 비율 203%를 기록해 2년 전(137%) 대비 66%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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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이달 19일 첫 추경안에 총 2조7000억 원 규모의 건설경기 활성화 예산을 포함하며 '환매 조건부 매입'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환매 조건부 매입은 공공이 준공 전 미분양 주택을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사들이고, 준공 후 일정 기간 내에 매입 가격에 최소 실비용(이자)을 붙여 건설사가 환매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공정률 50% 이상, 분양보증에 가입한 지방 아파트를 대상으로 2028년까지 총 1만 가구를 매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는 단기적이고 일시적 해소책에 그친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경기 침체로 지방 매수 수요 자체가 사라진 데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 심화 등으로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진 점을 고려할 때 충분하지 않은 조치라는 평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체 추경에서 건설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9%로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수준인데 공공의 인위적인 개입이 과도할수록 시장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납득 가능하다"며 "다만 대내외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로 건설 경기의 회복 또는 반전까지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