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논, 풀사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심다 [정책 발언대]

입력 2025-06-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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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 (사진제공=농촌진흥청)
▲김진형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축산자원개발부장 (사진제공=농촌진흥청)
우리가 매일 접하는 고기와 우유, 치즈는 어디서부터 시작될까. 바로 가축이 먹는 사료, 특히 ‘풀사료’에서부터 출발한다. 풀사료는 단순한 가축의 먹거리가 아니라, 고품질 축산물 생산의 출발점이며, 나아가 우리 식량 안보와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떠받치는 핵심 자원이다.

하지만 국내 풀사료 산업은 지금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내년부터 미국 등 주요국과의 시장 개방으로 인해 할당관세와 쿼터제로 유지되던 보호 장치가 사라지며, 수입 사료 증가가 불가피해졌다. 여기에 생산비 상승과 이상기후까지 더해져, 국내 풀사료 생산 기반마저 흔들리고 있다. 실제로 자급률은 80%에 달하지만, 양질의 조사료는 전체의 29%(132만 7천 톤)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겨울철 작물 위주여서 여름철 공급은 크게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름철 풀사료 생산 확대는 연중 수급 안정을 위한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쌀 공급 과잉 해소와 논 이용 다양화를 위해 2023년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했다. 첫해 약 1만 3,400ha의 논을 풀사료, 가루쌀, 콩 등 타 작물로 전환해 약 7만 톤의 쌀 감축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재배면적 확대만으로는 안정적인 풀사료 공급과 품질 확보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립축산과학원은 신품종 개발부터 연중생산 재배기술, 풀사료 유통 품질 향상 기술개발까지 전 주기에 걸친 연구를 통해 양질 풀사료 생산 기반 강화와 ‘사료 주권 확보’라는 국가적 과제 달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논 재배에 적합한 사료피 신품종을 개발했다. 옥수수, 수단그라스, 수수류 등 주요 하계 사료작물은 장마철 습해로 여름철 논 재배에 어려움이 있었지만, 사료피는 내습성이 뛰어나고 동계작물과의 작부 연계도 가능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만, 기존에는 생산성이 높은 풀사료용 품종이 부재해 활용에 제약이 있었으나, 2024년 다수성·내습성 신품종 ‘조온’과 ‘다온’을 개발하고 2025년 1월 품종보호출원을 완료했다. 현재는 농가 보급을 위한 종자생산을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작부체계 확립과 안정 생산 기술 개발도 추진 중이다. 지역별 기후와 작물 생육 특성에 기반한 작부 조합을 마련하고 있으며, 2024년 실증 결과 IRG와 사료피의 연간 건물 생산량은 26.5톤/ha, 알팔파와 사료피는 18.7톤/ha로 우수한 생산성을 보여 풀사료 연중생산 가능성을 입증하였다. 또한, 장마철 배수 불량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굴착·무재료 땅속배수기술을 도입하여, 14% 증수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는 논 활용도 제고와 풀사료 생산농가의 소득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유통 풀사료의 품질 향상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높은 수분함량과 이물질 혼입 문제로 품질 신뢰도가 낮았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적외선분광법(NIRS)을 통해 1만 3천여 건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주요 사료작물 품질 평가법을 개발하고 이를 지자체 품질분석 기관에 기술이전과 더불어, 정책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또한, 수분 불균일 문제를 해소하고 고품질 건초 생산이 가능한 ‘열풍건초 생산시스템’을 개발해 청 신기술 보급 사업과 농식품부 정책사업을 통해 보급을 지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이는 유통 기반 안정화는 물론, 생산 농가와 축산 농가 간 신뢰 구축에도 긍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풀사료 자급의 길은 여름 들녘에서 시작된다. 국립축산과학원은 농식품부 정책과 긴밀히 협력해 신품종 개발, 안정 재배 기술, 가공·이용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며 국내 풀사료 산업의 기반을 튼튼히 다지고 있다. 앞으로 이 흐름이 농가 곳곳에 뿌리내리고, 정책적 지원이 지속될 때, 우리는 식량 안보와 축산업 자립이라는 궁극적 목표에 더욱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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