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안팎 "대출 공급 축소" 지적

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법정최고금리를 10%대로 낮추는 방안이 재논의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민 이자부담을 줄이겠다는 선의의 정책이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오히려 저신용자를 제도권 금융 밖으로 내모는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부터 최고금리를 15% 이하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2022년 대선 후보 시절에는 최고금리 인하를 1호 공약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금융권에선 법정최고금리 인하가 금융 취약계층의 대출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금 조달비용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융회사가 리스크를 감당하지 못해 고위험 차주에 대한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고 이는 저신용자들이 불법사금융에 의존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위축된 대부업 시장이 거론된다. 2021년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된 이후 대부업 이용자 수는 112만 명에서 72만8000명으로 약 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불법사금융 시장 규모는 6조8000억 원에서 10조4000억 원으로 3조6000억 원 증가했다. 제도권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불법 고금리 대출로 눈을 돌리는 차주가 늘어난 셈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KIF)도 법정최고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수진 선임연구위원은 ‘법정최고금리 제도 변화와 추후 운영 방향’ 보고서를 통해 “최고금리 인하는 저신용층으로 대표되는 서민의 대출 접근성을 크게 낮추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므로 조심스럽게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면 대부업체는 물론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정상 영업이 불가능해 져 시장에서 철수할 수 있어 전체 대출 공급이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최종 정책공약집에서는 법정최고금리 인하 관련 내용이 제외된 점을 근거로 볼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는 저신용자의 불법사금융 유입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보고 있다. 대신 정부는 저신용자와 소상공인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중금리대출 확대, 정책서민금융 강화, 보증부 금융상품 활성화 등을 중심으로 한 대책을 추진 중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정책은 저신용자 보호와 금융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법정최고금리는 고정된 수치로 운영하기보다 시장금리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돼야 한다”며 “조달비용이 오를 경우 최고금리도 유연하게 반영돼야 제도권 금융 내에서 저신용자도 대출 기회를 가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고금리 수준을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정교한 금융정책의 일환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스트레스 테스트나 시뮬레이션 등 데이터 기반의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