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당선, 결정적 장면 넷...위기가 기회로[이재명 정부 출범]

입력 2025-06-04 02:32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고등법원 무죄에서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사법 롤러코스터
국민의힘 24시간 후보교체 파동으로 보수진영 자중지란
'호텔 경제학' '커피원가 120원' '젓가락 발언' 등 막판 논란
연쇄 사건들 시너지 효과로 이재명 압승 구도 완성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공원 문화의마당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이재명 당선인은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대권을 거머쥐기 까지 쉽지 않은 고비를 넘어야 했다. 불과 두 달여 간의 짧은 기간 이었지만 선거 판도에 영향을 주는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발생하며 위기와 기회가 동시에 찾아왔다. 3월 고등법원의 극적인 무죄 판결부터 선거 막판 TV토론과 유세 과정에서 발생한 '설화' 논란까지 각각의 사건은 독립적으로도 파장이 컸지만 서로 맞물리며 이재명 당선인에게 '퍼펙트 스톰'을 만들어냈다.

첫 번째 반전: 고등법원의 무죄 판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월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뉴시스)

2025년 3월 26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은 이재명 당시 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을 뒤집고 전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과의 관계 부인 발언과 백현동 개발 특혜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골프 동행 의혹과 관련해선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은 검찰 주장을 배척했고, 백현동 발언은 "국토부 협박" 표현이 의견 표명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 판결은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선고로 정치적 생명이 위태로웠던 이재명 당선인에 기사회생의 기회를 제공했다. 무죄 판결로 의원직 상실과 10년간 피선거권 박탈 위협이 사라지면서 이재명 당시 경선 후보는 4월 27일 민주당 경선에서 89.77%의 압도적 지지로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민주당은 434억 원에 달하는 선거비용 반환 부담이 사라져 선거 재정이 안정화됐고, 재판부가 검찰의 편향적 수사를 간접 비판함으로써 공감대를 얻었다. 반면 국민의힘은 예상치 못한 타격을 입었다. 김문수 후보 측은 "사법부의 정치적 판결"이라고 주장했지만, 여론은 법원의 공정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쪽으로 기울었다.

두 번째 충격: 대법원 파기환송의 역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친 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데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지난달 1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포장마차에서 열린 비전형 노동자 간담회를 마친 뒤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과 관련한 2심 판결을 파기 환송한데 대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5월 1일 오후 3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심 무죄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대법관 12명 중 10명의 다수 의견으로 "골프 발언과 백현동 발언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무죄 판결로 살아난 이재명 후보에 찬물을 끼얹은 이 판결은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후 유리하게 작용했다. 대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34일 만의 초고속 판결이 내려진데 대해 ‘정치 개입'이란 여론이 일었다. 통상 90일 걸리는 대법원 사건 처리가 3분의 1로 단축된 것에 대해 의구심이 제기됐다.

85페이지에 달하는 판결문 중 반대 의견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대법원 내부에서도 이견이 컸음이 드러났다. 반대 의견을 낸 대법관들은 "정치의 영역이 가지는 다양성과 중립지대가 훼손되지 않도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은 단기적으론 여론 악화를 초래했으나, 장기적으론 지지층을 재결집하는 효과를 낳았다. 대법원 판결을 '정치적 탄압’으로 재해석하는 프레임으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고,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실패 등이 맞물리면서 오히려 지지율이 높아졌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심리를 대선 이후로 연기했다. 헌법 84조에 규정된 ‘대통령 재직 중 형사소추 면제’ 조항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사법 리스크는 오히려 정치적 쟁점으로 전환됐다.

세 번째 자충수: 국민의힘 후보 교체 파동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내 대통령 후보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달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내 대통령 후보실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회동하며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

5월 9일 밤부터 10일 새벽까지 벌어진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시도는 한국 정치사에 유례없는 파동을 일으켰다. 김문수 후보와 한덕수 전 총리 간 단일화 협상이 결렬되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새벽 2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김문수의 후보 자격을 박탈하고 한덕수를 새 후보로 등록했다.

이 결정은 24시간 만에 뒤집혔다. 5월 10일 전 당원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김문수 후보가 후보 자격을 회복한 것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원과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사퇴했다.

정치적 파장은 컸다. 후보 교체 시도 후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는 약해진 반면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을 높이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국민의힘의 후보 교체 시도는 비민주적이었다'는 인상을 남겨 보수 진영의 이미지에 손상이 가해졌다.

김문수 후보는 이 사태로 인해 ‘당내 쿠데타의 희생자’에서 ‘당내 지지 기반이 부족한 후보’라는 인상을 남겼고, 한덕수 전 총리는 “국민과 당원의 뜻을 겸허하게 수용하겠다”며 대선 행보에서 이탈했다.

네 번째 파장: TV토론과 유세 발언 논란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가 지난달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 앞에서 단일화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5월 중순부터 진행된 주요 대선 후보 TV토론과 유세에서 불거진 발언 논란들은 선거 막판 변수로 작용했다. '호텔경제학', '커피 원가 120원', '젓가락 논란'은 각 후보의 명암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5월 16일 군산 유세에서 이재명 후보가 "10만원 예약금의 경제 순환 효과"를 설명하자,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18일 1차 토론에서 이를 "경제학 기본 원리를 위반하는 호텔경제학"이라고 비판했다. 경제학계는 “승수효과 설명을 위한 극단적 단순화로 학술적 오류는 아니다”라는 주장과 “노쇼 리스크를 고려하지 않아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주장으로 의견이 엇갈렸다.

5월 19일 이재명 후보의 군산 유세에서 “2019년 기준 원두 비용이 120원"이란 발언도 파장을 낳았다. 자영업자들이 "인건비와 임대료 등 원가 구성 요소를 무시한 발언"이라며 반발하는 등 판세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5월 27일 3차 토론의 '젓가락 논란'은 젠더 이슈로 번지며 선거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이준석 후보는 이재명 후보 아들의 과거 인터넷 댓글 의혹을 암시하며 발언했고, 이재명 후보는 "혐오 표현의 정치화"라고 맞받았다. 이준석 후보의 해당 발언은 성별, 연령대별, 정치성향 등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SKT 해킹 후폭풍, 경쟁사 ‘보안 마케팅’⋯번호이동도 증가세
  • 작년 수시 무전공학과 살펴보니…“경쟁률 높고, 입결 중간 수준”
  • 까다로워진 수요자 기준⋯'지역 내 강남' 분양 단지 몰린다
  • 박진감 넘치는 태권도문화축제…땡볕 더위 속 이색 페스티벌 열려 [주말N축제]
  • '강철 심장' 내려놓고 '휴머니스트'로 컴백한 슈퍼맨…DC 야심작 출격 [시네마천국]
  • "특가 항공권 조심하세요"...제주여행 소비자피해 3년간 1500건 넘어
  • 이진숙·강선우 논란 일파만파...野 맹공 속 민주당 ‘난감’
  • '최저임금 합의거부' 민주노총이 얻은 것과 잃은 것
  • 오늘의 상승종목

  • 07.11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58,321,000
    • +1.13%
    • 이더리움
    • 3,986,000
    • +0.05%
    • 비트코인 캐시
    • 715,000
    • +2%
    • 리플
    • 3,761
    • +9.33%
    • 솔라나
    • 219,900
    • -1.12%
    • 에이다
    • 978
    • +6.3%
    • 트론
    • 407
    • +2.26%
    • 스텔라루멘
    • 517
    • +26.41%
    • 비트코인에스브이
    • 35,310
    • -1.01%
    • 체인링크
    • 20,680
    • +0%
    • 샌드박스
    • 387
    • -0.2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