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n인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경고 "10년 뒤 韓 반도체, 사라질 수도 있다”

입력 2025-05-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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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5-29 17:59)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1세대 벤처기업인ㆍ장비업계 대부
모방경제 시대 지나⋯"혁신 절실"
“대기업만 키운 결과…‘협업’ 못하는 한국 생태계”
기술자 육성에 산업정책 초점둬야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제공)

우리는 아직도 ‘모방 경제’에 머물러 있다. 협업은 실패하고, 혁신은 실종됐다. 이런 구조로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의 진단은 날카롭고 단호했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위기, 기술 독립과 협업 생태계 부재에 대한 통찰을 그는 1세대 벤처기업인의 시선으로 풀어냈다.

그가 만든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 장비 국산화의 상징과도 같은 기업이다. 국내 반도체 산업의 성장 초기였던 1990년대 초, 당시 반도체 기업들은 핵심 전 공정 장비를 전량 수입할 수밖에 없었다. 주성엔지니어링이 독자 기술로 반도체 증착 장비와 부품을 개발하기 전까지 그랬다.

지금의 주성엔지니어링은 수입 기술을 대체하는 수준을 넘어 수출에서도 AI 시대에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AI 기술의 빠른 발전과 D램 공정의 미세화로 글로벌 장비 수요가 급증하면서 역할도 커졌다. 특히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생산하는 SK하이닉스를 비롯해 해외 고객사 비중도 늘어나며 글로벌 장비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혔다.

“혁신은 절실함에서 나와⋯장비 부품 기업도 ‘슈퍼 을’되는 시대”

황 회장은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하고 반도체 D램 커패시터용 ALD(원자층증착) 장비를 세계 최초 양산에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산업 환경과 생태계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도 확고하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최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R&D 본사에서 진행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산업 생태계는 독보적 존재가 있을 때 강해진다. SK하이닉스가 HBM 메모리에서 강자일 수 있었던 건, 우리가 독보적인 장비 파트너로 함께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황 회장은 SK하이닉스와의 HBM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장비·부품 기업도 ‘슈퍼 을’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과거 근무했던 네덜란드 장비회사 ASML을 예로 들며 “ASML처럼 단 하나뿐인 존재가 되면 협력사들도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했다. ASML이 유일무이한 존재로 떠오르며 이와 협력하는 회사들도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는 의미다. ASML는 반도체 장비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유일한 업체로, 반도체 업계에서는 ‘슈퍼을’로 불린다. 황 회장은 ASM(ASML의 전신)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 비결을 더 잘 알고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회장이 13일 경기 용인시 주성엔지니어링 용인R&D센터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주성엔지니어링은 HBM, AI 반도체, 첨단 디스플레이 공정에 들어가는 고정밀 증착 장비를 독자 기술로 개발해 SK하이닉스는 물론 글로벌 고객사에 수출 중이다. 단순한 국산 대체재를 넘어서, AI 시대 핵심 공정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셈이다.

황 회장은 산업 발전 단계를 ‘모방 경제’와 ‘혁신 경제’로 나눴다. 그는 “모방은 계획으로 되지만, 혁신은 절실함으로만 가능하다”면서 “한국은 기술 따라잡기는 잘하지만, 독보적인 존재를 만들 리더십과 시스템은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처럼 1등을 쫓아가고 모방하는 능력은 갖췄지만, 진짜 1등을 할 수 있는 의식과 시스템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무너져 봐야 알 수 있다. 무너지고 난 다음에 후회하고 새롭게 생태계를 구축하고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리더십이 절실하다”고 역설했다.기술이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며, 지금 필요한 건 시스템적 리더십이 아니라 절박한 기술자들의 몰입이라는 지적이다.

대만 강점은 “대기업과 중기의 협업체계로 시너지”

요즘 글로벌 기업들이 대만을 찾아 협업을 제시하고 동맹을 맺는 등 대만의 경쟁력이 두드러지고 있다. 최근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정보기술(IT) 박람회 ‘컴퓨텍스 2025’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TSMC와 미디어텍, 폭스콘 등 대만의 주요 반도체·AI 기업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이름은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황 회장은 인터뷰 내내 한국 산업 생태계의 협업 부재를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그는 “대만 산업이 클 수 있었던 비결은 협업 시스템이지만, 협업을 거치다 보면 주요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빠르게 움직일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면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업 생태계가 갖춰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은 IT 강국인 대만에도 현지 법인과 판매망을 구축하며 해외 영업망을 확대하고 있다. 대만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가전, PC 등 인프라와 기업 간 협력 체계가 잘 갖춰진 곳이다. 황 회장은 이러한 대만 시장을 보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내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 협업 관계가 정말 보기 좋았고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과거 대한민국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절에는 대기업 중심 지원과 육성이 훌륭한 정책으로 평가 받았다. 그 덕에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이뤄졌다. 중소기업이 견실한 대만과 차이가 있다.

그는 “이는 모방 경제에서는 가능했지만 혁신 경제에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한다”며 “혁신할 수 있는 사람과 혁신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황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동반성장협의회장을 지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의 ‘2025년 동반성장협의회 정기총회’ 모습.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홈페이지)
▲황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동반성장협의회장을 지내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5일 SK하이닉스의 ‘2025년 동반성장협의회 정기총회’ 모습. (사진-주성엔지니어링 홈페이지)

“미래 디스플레이 산업 시장 전망 밝아”

주성엔지니어링은 반도체뿐 아니라 디스플레이와 태양광 장비에서도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는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전망이 밝다고 봤다.

황 회장은 “우리나라는 액정표시장치(LCD) 분야에서는 앞으로 이익을 더 내기 어려운데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에서도 이익률이 조금씩 떨어져 가고 있다”며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무기발광 산업에서는 초기 시장을 선점하는 이가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승자가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국디스플레이산업협회에서 글로벌협력분과위원장을 지내는 황 회장은 지난달 협회와 함께 대만을 직접 찾았다. 이곳에서 현지 거대 디스플레이 기업인 AUO와 이노룩스, 플레이니트라이드와 만나 이들의 기술력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기술 교류를 위한 비즈니스 협력 기회를 모색했다. 황 회장은 “대만의 디스플레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를 만났는데 이들의 협력 체계를 보고 감탄했다”고 전했다.

황 회장은 AI 시대에 메모리와 로직의 융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AI 반도체는 로직과 메모리가 맞물려야 의미가 있다”면서 “한국은 메모리만 강하고 로직이 없다. TSMC는 둘 다 갖췄다. 격차는 이미 벌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몇 년 뒤 대만과 격차는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는 “지금 구조로 가면, 한국 반도체는 10년 내 사라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산업정책의 방향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AI 시대의 주인공은 기술자다. 기술자 하나가 산업을 바꾼다”며 “지금은 그런 사람에게 자본이, 네트워크가, 제도가 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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