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의 눈] 청년들을 'IMF 세대'로 만들 것인가

입력 2025-05-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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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정책전문기자ㆍ정책학 박사

해방 후 가장 불운한 세대를 꼽는다면 단연 국제통화기금(IMF) 세대다. 1970년대 중반에 태어난 이들은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대학 졸업이 겹쳤다. 이 시기 기업들은 신규 채용을 줄이고, ‘만년 과장’으로 대표되는 고연차 중간직급을 대거 정리했다. 그나마 정리해고·희망퇴직을 당했던 이들은 퇴직금과 위로금으로 치킨집이라도 차렸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구직자들은 급한 대로 비정규직에 취업하거나, 신림동·노량진 고시촌으로 향했다.

IMF 세대의 불운은 10년 뒤에도 반복됐다. 2년 이상 비정규직 사용 시 정규직 전환을 강제하는 일명 ‘비정규직 보호법’의 풍선효과로 비정규직이 간접고용으로 전환된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했다. 이번에도 신규 채용이 얼어붙었는데, 정리해고·희망퇴직 양상은 과거와 달랐다. 도급계약 변경·해지로 간접고용을 정리하면 됐다. 굳이 노동조합 반발과 추가 비용을 감수하고 고연차 중간직급을 정리할 필요가 없었다. 이때 많은 간접고용 근로자들이 ‘합법적인’ 절차로 일자리를 잃었는데, 하필이면 상당수가 고용조건이 열악했던 IMF 세대였다.

IMF 세대는 현재 50대 초반이 됐다. 이들의 불운은 통계에도 나타난다. 필자가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토대로 순자산을 환산해 소득에 합산한 가구주 연령대별 균등화 소득(이하 소득평가액)을 보면, 50~54세의 소득평가액은 ‘소득 크레바스(Crevasse·공백)’ 발생기인 55~59세는 물론, 바로 아래 연령대인 45~49세보다도 적었다. 열악한 고용조건으로 경상소득이 적고, 이로 인해 부동산 등 자산도 쌓지 못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대학을 졸업한 현재 40~44세도 첫 취업 당시 어려움을 겪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는 10년 전 외환위기보다 충격이 작고, 후유증의 지속도 짧았다. 상당수는 참고 버텨 빛을 봤다.

현재 청년세대는 IMF 세대의 전철을 밟는다. 눈을 씻고 찾아봐도 일자리가 없다. 고용24(옛 워크넷) 구인·구직 현황을 기준으로 일자리 1개를 놓고 구직자 3~4명이 경쟁한다. 특히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졌던 지난해 12월부터 채용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었다. 환율 폭등, 소비 둔화가 겹치자 기업들은 채용문을 걸어 잠갔다. 현재 청년세대를 굳이 명명하자면 ‘계엄 세대’다.

현재 고용 상황을 온전히 계엄의 영향으로 보긴 어렵다. 건설업은 1년 넘게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수년 전부터 채용 관행도 수시 공개채용에서 상시 채용으로, 신규 채용에서 경력 채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신입사원 공채는 점진적으로 축소되던 상황이었다. 다만, 과거 채용 관행 변화는 정책으로 방향을 바꾸거나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수준이었다. 계엄 사태는 그 여지를 없앴다. 관행 변화에 정치·경제 불확실성, 이로 인한 경영난까지 겹치니 기업들은 미래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 그렇기에 현재 청년세대를 계엄 세대로 명명하는 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다. 현재 청년세대를 그대로 두면 이들은 경제위기가 발생할 때마다 고용 불안에 노출될 것이다. 변변한 자산도 마련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도 손실이다. 외환위기 이후 평균 초혼 연령이 급격히 올랐는데, 이는 IMF 세대의 늦은 취업과 열악한 고용조건, 부족한 자산 등에 기인한다. 그 결과로 외환위기 이후 합계출산율도 급격히 감소했다.

현재 청년세대에 필요한 건 기회다. 채용 관행을 되돌리기 어렵다면 사다리라도 보강해야 한다. 청년들에게 조기 취업을 유도해 경력을 쌓게 하고, 기업들에 충분한 인센티브를 제공해 경력직을 뽑더라도 수시 공채를 활용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모 전직 고용부 장관의 말처럼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이다”, “뾰족한 수가 없다”는 식으로 대응할 문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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