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수출경쟁국의 환율 주시해야 할 이유

입력 2025-05-25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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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건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

원화가치 상승은 수출에 안좋지만
타국통화 동반강세땐 영향 완화돼
관세협상서도 충격 최소화 기해야

미중 간 과열 양상으로 치닫던 관세 전쟁이 5월 초 90일간의 유예로 전환됐다. 양국 간 협상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까지 더해져 한국 원화를 비롯, 중국 위안화와 대만 달러 등 아시아권 국가들의 통화 강세 및 달러 약세를 촉발했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당선 이후 1400원을 넘어서며 고공비행을 하던 원·달러 환율은 1300원대 후반으로 급격하게 하락하게 되었는데, 빠른 환율 하락으로 인한 한국의 수출 부진 우려 등이 다시금 부각되고 있다.

환율 하락, 즉 달러 대비 원화의 강세는 미국 소비자 입장에서 한국으로부터 수입한 제품의 가격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가격이 비싸진 만큼 미국 내 한국 제품 구입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지는데, 여기에 아직 적용되지 않은 25%의 상호관세까지 부과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 경제의 1분기 성장률은 -0.2%를 기록하는 등 내수 소비 경제는 침체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수출까지 둔화된다면 그 악영향은 상당하다고 할 수 있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어설 때에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물가의 상승뿐 아니라, 외국인 투자자들의 급격한 자본 유출에 대한 우려, 극단적으로는 외환위기 2.0의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시장의 불안감을 높였는데 빠른 원·달러 환율의 하락 역시 관세 리스크와 겹치면서 국내 수출 경쟁력 저하에 대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환율의 상승과는 대칭적으로 원화 환율이 하락할 경우 해외로부터의 수입 물가가 낮아지면서 국내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출 수 있는 긍정적인 면이 존재한다. 그리고 물가 불안 및 달러 강세 우려 완화는 한국은행의 통화 정책 부담을 한결 덜어주면서 국내 경제에 포커스를 맞출 수 있게 해주는데, 이는 적기 기준금리 인하와 같은 경기 부양책을 쓸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준다. 환율 하락이 물가 안정 및 금리 인하 등과 연결되며 국내 소비 경기의 회복에는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럼에도 수출에 대한 성장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있어 환율의 급격한 하락이 주는 부정적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다. 여기서 우리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뿐 아니라 다른 국가들, 특히 대미 무역 흑자국 통화의 변화 역시 함께 주목해야 한다. 원화의 강세는 원화 표시 제품의 대미 수출 가격을 높이게 된다. 이에 미국 소비자들은 보다 가격이 저렴한 다른 제품을 찾게 되는데, 아마도 한국과 수출 경쟁을 하는 국가의 제품이 해당될 것이다. 만약 한국과 수출 경합을 하는 국가들의 통화 역시 달러 대비 동반 강세를 나타내면 어떻게 될까? 원화가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내는 수준만큼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 그리고 대만 달러가 강세를 나타낼 경우 한국 수출이 받는 타격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실제 2000년대 중반 중국 수출 특수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900원 수준까지 하락했지만, 당시 위안화를 비롯한 신흥국 통화가 달러 대비 전반적인 강세 기조를 나타내면서 국내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희석되었던 기억이 있다.

관세 역시 비슷한 관점에서 해석할 수 있다. 우리나라만 25%의 관세를 부과받는 경우 국내 제품의 수출 경쟁력은 급격하게 저하될 수 있다. 그렇지만 효과적인 관세 협상을 통해 다른 국가와 비슷한 수준, 혹은 보다 유리한 수준에서 협상을 마무리할 수 있다면 관세로 인한 수출 제품 가격 상승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환율은 양국 간 교역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다만 글로벌화가 된 세계 경제에서는 양국 간 환율도 중요하지만 수출 대상 국가에 실제 제품을 판매하는, 즉 한국과 수출 경합을 하는 국가들의 통화 가치 역시 매우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 부진 가능성은 높지만, 다른 국가 통화들과 함께 종합적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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