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0.75% 연말까지 유지
"현실적 조치", "모두 유예" 분분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문은 ‘비수도권 차등적용’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규제 차등 강화의 정책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위원회는 20일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등 관계기관과 5대 시중은행이 참석한 가운데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방안을 발표했다.
금융당국은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에 스트레스 금리 1.5%를 적용하고 지방 주담대는 향후 6개월간 기존 0.75%를 유지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금리를 일괄 상향 적용할 경우 지방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고려한 조치다.
지난해 9월에 이은 스트레스 DSR 관련 두 번째 ‘핀셋 규제’다. 앞서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당시 은행권에서 취급한 수도권 주담대에 대해 스트레스 금리 1.2%를 적용하고 나머지 대출은 0.75%를 적용해 차등을 둔 바 있다. 이번 3단계가 시행되면 수도권 주담대와 지방 주담대의 적용 금리 차는 기존 0.45%p에서 0.75%p로 확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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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올해 들어 주담대 신규 취급액에서 지방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감소하는 등 가계부채 증가세에 미치는 영향이 줄고 있어 6개월 유예했다”고 말했다.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수도권 주담대 대출 한도는 더 줄어들게 된다. 지방 주담대를 받는 차주와 대출한도는 최대 약 5200만 원까지 벌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3단계 시행 후 소득이 1억 원인 차주가 수도권에서 30년 만기로 연 4.2%의 혼합형 주담대를 받는 경우 대출한도는 5억9400만 원대로 현행 6억2700만 원보다 3300만 원(5%)가량 감소한다. 같은 차주가 동일한 조건으로 지방 주담대를 받는 경우 대출 한도는 기존 6억4600만 원으로 유지된다.
금융당국은 연말 지방 주담대가 지역 경기와 가계부채 등에 미치는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스트레스 금리 수준을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은행권은 3단계 시행에 앞서 대출 심사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직원 교육을 강화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단계부터 스트레스 가산 금리를 차등 적용했기 때문에 3단계가 시행돼도 시스템적으로는 큰 혼란은 없을 것”이라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영업점에 배포하는 등 직원들의 대응 역량 높여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규제 차등적용에 대한 기대 효과가 뚜렷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수도권과 양극화된 지방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SF평가본부장은 “지방 대출을 덜 조이겠다는 뜻이기에 지방 주담대에 메리트를 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이것만 가지고는 지방 부동산이 살아날 것 같지 않다”며 “세제 측면 등 다른 부양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화영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수요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심하고 지방 경기가 악화하는 시점에 현실적인 조치”라면서도 “(지방 주담대 적용 유예 조치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책으로 작동하기에는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 금융기관 충격 최소화 등을 위해 지방뿐만 아니라 수도권도 3단계 스트레스 DSR 적용을 유예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계대출 규모를 줄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출 부실을 막는 게 더 중요하다”며 “새 정부가 6월에 들어서는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수도권과 지방 주담대 모두 규제 강화를 유예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필요하다면 토지거래허가구역만 상향된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고 나머지 지역은 연기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