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ㆍ완성차 재고 선제적 확보⋯판매 증가도 견조한 흐름세 보여
재고 회전율 하락은 ‘경고 신호’⋯경기 불확실성ㆍ소비심리 위축 영향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재고자산이 올해 1분기 말 33조 원을 넘어섰다. 생산 확대와 공급망 리스크에 대비한 선제적 확보라는 분석이 있는 한편 재고자산 회전율이 떨어지고 있어 판매 둔화 조짐에 대한 가능성도 함께 제기된다.
19일 현대차·기아의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양사의 1분기 말 재고자산은 33조6130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조4030억 원(4.4%) 증가한 규모다. 현대차는 19조7910억 원에서 20조7150억 원으로, 기아는 12조4190억 원에서 12조8980억 원으로 약 4800억 원 늘었다.
재고 확대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전동화 전환 및 글로벌 생산 확대 전략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연간 555만 대의 글로벌 판매 목표를 세우고 전기차(EV) 및 하이브리드 생산 역량을 키우는 중이다. 미국 조지아주에 완공한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 제고에도 나서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공장에서의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부품 및 완성차 재고 확보가 이뤄지는 모습이다.
판매도 견조한 흐름세다. 현대차의 올 1분기 미국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 증가한 24만2729대, 기아는 10.7% 늘어난 19만8850대를 기록했다.
관련 뉴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3년간 매출이 지속적으로 늘어났으며, 전체 매출 규모에 비춰볼 때 재고는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고 있다”면서 “매출 증가에 따라 생산량이 확대됐고 이에 따른 판매 물량 대응 차원에서 재고도 함께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급망 불확실성도 변수다. 현대차·기아는 반도체 수급 차질 같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대비해 재고 확보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재고 증가의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의회는 IRA 단계적 폐지를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논의 중으로 향후 전기차 세제 혜택 요건 변화에 대한 유연한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러나 재고자산 회전율 하락은 경고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평균 재고자산을 매출원가로 나눈 지표로 숫자가 낮을수록 재고가 매출로 전환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림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2023년 8.2회에서 지난해 7.5회, 올해 1분기 7회로 낮아졌다. 기아도 같은 기간 7.6회에서 6.9회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소비 심리 위축은 재고관리 난도를 높인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0.6% 줄어든 100만1120대를 기록했다. 특히 해외 판매는 1.4% 감소한 83만4760대였다. 해외 판매가 증가한 기아도 국내 판매는 2.4% 감소했다. 미국의 관세부과를 앞두고 급증했던 신차 수요도 꺾이면서 피크아웃(경기 정점 후 하락)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미국에서 팔린 신차는 146만3000대로 3월보다 12만8000대(8%) 줄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글로벌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 지정학적 리스크, 소비심리 위축 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이 지속할 것”이라며 “수요 기반의 유연한 생산 운영과 시장별 현지화 전략을 통해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 대응책을 체계적으로 실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