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반그룹이 한진칼 지분을 늘리면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의 지분 격차를 좁혔다. 호반그룹은 '단순 투자'라고 선을 그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열어놓고 있다. 경영 승계를 마무리하기에 앞서 항공업 진출을 위한 포석을 놓은 것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호반건설은 한진칼 지분율을 17.44%에서 18.46%로 끌어올렸다. 호반건설 계열사인 호반호텔앤리조트가 지난해 3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지분의 0.96%를 샀다. (주)호반도 0.05%의 지분을 매입했다.
호반건설은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사모펀드 KCGI로부터 2022년에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섰고 2023년에는 팬오션으로부터 5.85%의 지분을 매입해 지분율을 높인 바 있다.
호반건설이 주식을 추가 매수하면서 조 회장 및 특수관계인(20.13%)과의 지분율 격차는 1.67%포인트(p)로 좁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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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반건설은 주식 매수 사유를 '단순 추가 취득'이라고 밝혔으나 시장에서는 한진그룹 경영 참여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호반건설의 주식 매입 소식이 알려진 뒤 한진칼의 주가는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나타냈다. 경영권 분쟁 가능성이 상승 요인이다.
실제로 호반그룹은 아시아나항공 모기업인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드는 등 항공업 진출을 시도한 바 있다. 올해 3월에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그 배경이 경영 참여를 위한 명분 쌓기란 시각이 있다.
경영 승계가 사실상 마무리 단계인 상황에서 항공업 진출은 마침표가 될 수 있다. 호반그룹은 김상열 회장의 장남인 김대헌 기획총괄사장이 큰 축인 호반건설, 차남 김민성 전무가 또 다른 축인 호반산업을 담당한다. 호반산업은 전선업계 2위인 대한전선의 최대주주다. 장녀인 김윤혜 부사장이 맡은 유통과 호텔·리조트 사업이 항공과 만나 시너지를 내면 또 하나의 큰 축이 될 수 있다.
호반건설의 자금력을 고려하면 지분 추가 매수도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해 말 연결기준 호반건설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711억 원이다. 재무적 투자자(FI)와 함께한다면 지분 매입 여력은 더 확대될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당장 경영권이 심각하게 위협을 받는다고 할 수 없으나 경영권 분쟁 가능성은 살아 있다고 봐야 한다"며 "단순 투자를 위해 20%에 가까운 지분을 확보하는 게 일반적이지는 않다"고 말했다.
다만 조 회장의 경영권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칼의 주요 주주인 델타항공(14.9%), 한국산업은행(10.58%)을 우군으로 확보하고 있어서다. 조 회장과 이들의 지분을 합치면 45%가 넘는다.
호반그룹 관계자는 "일부 오해가 있으나 한진칼의 미래 가치를 고려해 장내에서 조금씩 사들인 것"이라며 "최근 매입 지분율이 1% 이상이라 공시를 하면서 공개됐을 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