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소식 앞에 미안함부터 꺼낸 임라라, 왜 난임부부를 떠올렸을까? [해시태그]

입력 2025-05-13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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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디자인=김다애 디자이너 mnbgn@)


“저희의 기쁨이 다른 난임부부에게 또 다른 좌절을 느끼게 해드릴까 봐. 죄송스러운 마음도 큽니다.”

개그맨 부부 임라라와 손민수가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임신 소식을 전했습니다. 유튜브 채널에서 난임 진단과 치료 과정을 공개해 온 이들 부부에게는 말 그대로 ‘기적 같은 소식’이었는데요. 그러나 기쁨의 순간 임라라는 ‘죄송스럽다’란 표현을 덧붙였죠. 자신들의 소식이 아직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들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담긴 건데요. 지금의 한국 사회에서 ‘임신’이란 단어가 얼마나 간절하고 소중한 단어가 됐는지를 고스란히 알 수 있었습니다.


(출처=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 캡처)
(출처=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 캡처)


임라라·손민수 부부는 자신들의 유튜브 채널 ‘엔조이커플’을 통해 난임 시술 과정을 공개했는데요. 이들 부부는 2023년부터 임신 준비를 해왔죠. 임라라는 시험관 시술을 위해 성공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주요 검사 중 하나인 나팔관 조영술을 받은 뒤 “너무 아팠다. 어지럽고 숨도 안 쉬어질 정도였다. 약을 넣으면 배가 엄청 아프다”며 괴로워했습니다. 이후 시험과 이식 과정 등도 영상을 통해 알리며 난임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했죠. 이어 임라라는 “정말 아이를 만나는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고 특히 여자들에게 진짜 힘든 일이라서 부럽고 행복한 모습만 보여드리고 싶지는 않았다”고 솔직히 털어놨는데요. 밝고 유쾌한 부부로 사랑받아왔지만, 임신을 위한 과정은 험난했죠. 이들의 고백은 난임을 겪는 많은 부부의 현실입니다.


(출처=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스틸컷)
(출처=tvN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 스틸컷)


난임 부부의 모습은 최근 방영 중인 드라마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요. tvN 토일드라마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언슬전)’에서 주인공인 오이영(고윤정 분)의 친언니 오주영(정운선 분)이 난임 시술을 받고 있죠. 여러 번의 시험관 시술을 반복하다 다시 재도전에 나섰는데요. 배아 착상을 기다렸지만, 또다시 실패하며 눈물을 보였죠. 아이가 무사히 착상될 것을 기대하며 커피를 멀리하고 몸에 좋은 음식을 챙기며 준비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냉정하게 마주한 결과에 오열했습니다. 이를 지켜본 네티즌들은 ‘같은 상황’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했죠.

세계보건기구(WHO)는 난임을 ‘부부가 1년 이상 피임 없이 정상적인 성생활을 했음에도 임신이 되지 않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난임 진단을 받은 사람은 2022년 기준 약 24만 명에 달했습니다. 난임 시술 지원 현황으로 보면 2023년 기준으로 난임 시술을 받은 인원은 남성 6만1830명, 여성 7만5075명으로 나타났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불임 환자 수는 2018년 22만7922명 대비 2022년 23만 8601명으로 4.7%(연평균 1.2%) 증가했고요. 난임 시술 환자 수는 2018년 12만1038명 대비 2022년 14만458명으로 16%(연평균 3.8%) 증가했죠. 또 체외수정 시술 건수는 같은 기간 약 14만 건에서 20만 건으로 35% 이상 늘었습니다.

전 세계 난임률은 약 10~15% 수준인데요. 한국도 비슷한 수준입니다. 인제의대 교수팀 조사를 보면 임신을 준비하는 여성의 20%가 난임 경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죠.

난임 환자가 많아진 데에는 구조적인 사회 변화가 자리 잡고 있는데요. 과거보다 병원을 더 자주 찾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임신’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는 조건들이 겹쳐지고 있죠.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초산 연령은 2000년대 초반 29세 전후에서 2023년 기준 평균 33세를 넘었고, 35세 이상 임신이 흔해지며 난임률도 증가하고 있는데요. 더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죠. 스트레스와 과도한 음주와 흡연, 미세먼지, 환경호르몬 등으로 남성 정자 건강이 악화된 것도 난임 환자 증가의 원인으로 꼽힙니다. 또 여성에게 흔한 다낭성 난소증후군,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등도 배란이나 착상에 방해가 되면서 젊은 여성도 난임으로 이어지는데요.

생활 방식의 변화도 빠질 수 없는데요. 늦은 결혼, 바쁜 업무, 수면 부족, 체중 변화 등 전반적으로 임신을 준비하는 어려운 환경이 많아졌죠. 또 건강검진과 인식 증가가 달라진 점도 있는데요. 과거엔 난임 진단을 받지 않고 넘기던 경우가 많았지만, 요즘은 병원을 찾고 의학적 개입을 시도하는 경우가 증가한 거죠. 환자 수 자체가 늘어난 것도 있지만, 기록되는 인원이 많아진 것도 한 요인입니다.

난임 치료는 단순한 의학적 절차가 아닌데요. 체외수정 시술의 평균 성공률은 약 30~35%로 회당 수십만 원에서 100만 원 이상이 들 수 있죠. 한 번 실패할 때마다 무너지는 감정, 반복되는 병원 방문, 쉬운 일은 하나도 없죠.

호르몬 치료로 인한 체중 증가, 감정 기복, 우울감도 치료 과정의 일부인데요. “감정이 나를 이기기 전에 치료를 그만두는 선택을 했다”고 포기 선언을 할 정도죠. 임신이 ’노력만으로 되는 일‘이 아님을 증명해주는 고통의 시간입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난임 시술에 정부도 나섰는데요. 현재 체외수정(신선배아 9회·동결배아 7회), 인공수정 5회까지 건강보험 급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일부 저소득층에 한해 배아동결비, 착상보조제, 유산방지제 등 비급여 항목도 추가 지원되죠. 2021년부터는 연령 제한 없이 보험 적용이 가능해졌는데요. 2022년부터는 사업이 지자체로 이양되면서 지역별 세부 기준이 조금씩 다를 수 있죠. 난임 진단서, 건강보험료 고지서, 가족관계증명서 등을 준비해 거주지 보건소에 신청하면 됩니다.

하지만 여전히 진입 장벽은 높은데요. 1회 성공을 위한 체력적·정서적 준비, 회복의 시간, 병원 선택과 대기, 본인부담금의 압박까지… 지원제도가 있다고 해서 ’쉽다‘고 느끼는 부부는 많지 않죠.

결국, 이런 상황 가운데 누군가의 임신 소식은 때론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곤 하는데요. “좋은 소식이니 기뻐해야죠”라고 말하긴 쉽지만, 현실 속 난임 부부는 그런 말조차 조심스러울 때가 많죠. 임라라가 “우리의 기쁨이 누군가에겐 좌절이 될까 미안하다”고 했던 것도 그 때문인데요.

난임은 더는 감출 일이 아닙니다. ‘조용히 알아서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적 제도와 사회적 배려가 함께 가야 할 문제죠. 기적 같은 일이 현실이 되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다르지만, 누군가가 먼저 그 길을 걸어간다는 사실이 위로되는데요. 그리고 그 장면은 누군가에게 오늘 하루, 다시 일어설 용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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