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한국 성장률이 0%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정치적 불확실성에 트럼프발 관세 전쟁까지 더해지고 있어서다. 어느 때보다 경제 대응 능력이 중요한 상황에서 경제 사령탑 공백 사태까지 빚어지면서 위기감은 더욱 고조되는 분위기다.
5일 최근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공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기존 1.3%에서 1.0%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12월 말 계엄사태 이후 탄핵 정국으로 이어진 한국의 정치적 혼란과 트럼프발 관세 정책 등 대외적인 리스크가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다.
더 암울한 건 피치가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에 대해 추가 하향 조정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이다.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트럼프발 상호관세 정책과 품목별 관세 등이 현실화한다면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서다.
피치의 아시아태평양 국가신용등급 담당 제레미 주크 이사는 지난달 25일 '피치 온 코리아 2025 콘퍼런스'에서 "한국 경제가 미국발 관세와 이에 따른 수출 정체, 내수 부진 등 여러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상호관세가 시행될 경우 베트남, 한국 등 아태지역의 수출 지향적 국가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달(4월) 성장률 전망치를 전방위적으로 하향 조정했는데 상호관세가 도입된다면 더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다. 이는 한국의 성장률이 0%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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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가 최근 조사에서도 암울한 전망이 주를 이뤘다. 42개 국내외 기관의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1.41%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0%대 전망도 늘어나는 추세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0.7%), 캐피탈 이코노믹스(0.9%), 씨티그룹(0.8%), 하이투자증권(0.8%), IM증권(0.8%), ING그룹(0.8%), JP모건(0.7%) 7개 기관이 한국 경제가 올해 1%도 채 성장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제는 정부의 경제 대응 능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상황이지만 경제 사령탑 공백 사태로 한국 경제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 놓이게 됐다는 점이다. 경제부총리의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정책 연속성이 단절되면 성장률이 더 고꾸라질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히 관세 폐지를 목표로 한 미국과의 '7월 패키지'(July Package) 협의에도 적신호가 켜졌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과의 통상 협의를 주로 맡고 있지만, 협상 테이블의 주요 인물이 사라진 점이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쏟아지는 관세 정책을 제때 협상하지 못하면 그나마 한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까지 타격을 받아 성장률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