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나라 제2의 도시로 꼽히는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가 빠르게 늘면서 자존심을 구기고 있다.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청약시장마저 얼어붙으면서 지역 주택시장이 심각한 침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지난 4월 한 달간 진행한 지방 미분양 아파트 매입 신청 접수 결과, 부산이 전국에서 가장 많은 물량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 58개 건설사가 전국에서 3536가구를 LH에 매입 요청했으며 이 가운데 부산 지역에서는 11개 업체가 783가구를 신청했다. 단일 지역 기준 최다 신청이다.
이는 부산의 미분양 실태가 전국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438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전월 대비 177가구 늘어난 수치로 올 1월 기록한 2268가구를 불과 두 달 만에 경신했다. 1년 전인 지난해 1월(1174가구)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폭증한 셈이다. 또한 부산은 대구(3252가구), 경남(3026가구), 경북(2715가구)에 이어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은 지방 도시로 꼽힌다.
수요는 위축된 반면 공급은 집중된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부산 일부 지역에 정비사업·대단지 위주 분양이 한꺼번에 쏟아졌고 여기에 고금리로 인한 매수 심리 위축이 겹치면서 미분양이 누적됐다.
실제로 부산은 지난해부터 미분양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전체 미분양 주택 수는 지난해 7월 5862가구를 기록하며 11년 3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바 있다. 이후 다소 감소하긴 했지만 현재도 4000가구 중반을 유지하며 고착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청약 시장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올해 부산에서 분양된 신축 아파트 7곳 중 청약 경쟁률이 1대 1을 넘긴 단지는 3곳뿐이다. 그나마 가장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한화포레나 부산덕천3차’도 2.1대 1 수준에 불과해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나머지 단지들은 0.2~0.3대 1 수준의 저조한 경쟁률을 기록하며 분양 일정을 마쳤다.
이에 부산시의회도 대응에 나섰다. 시의회는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를 일정 요건 하에 장기 임대할 경우, 원시 취득세를 최대 50%까지 감면하는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 대상은 전용 85㎡ 이하, 가액 3억 원 이하 주택으로 2년 이상 임대 시 기존 25% 감면에 추가로 25%를 더해 총 50%까지 감면해주는 방식이다.
해당 조례안은 이달 중 시의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며 통과될 경우 미분양 주택의 임대사업 전환 유인이 확대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