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생태계·안보 리스크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우리 정부가 구글에 정밀 지도의 반출을 허가할 경우 향후 중국을 비롯한 다른 국가의 기업들이 해외로 지도 반출을 요청했을 때 이를 거절할 명분을 상실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구글 측이 요청한 지도 활용 목적이 사실상 ‘자율주행 등 민간 서비스 고도화’인 만큼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허용한다면 향후 반출을 거부할 법적·정책적 명분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글에 지도 반출을 허용한 전례가 생기면 지도 서비스를 운영 중인 중국의 바이두나 바이트댄스가 비슷한 요구를 했을 때 ‘안보’를 이유로 반출을 거절하기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문제가 아니라 외교통상 문제로까지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로 이어진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전통적인 안보 우방국이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을 기반으로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부분이 많지만 중국은 공산국가로 체제나 정보 활용 방식에서 다소 우려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동일 선상에서 다루기는 어렵다”면서도 “민간 서비스 목적으로 지도 반출을 요구할 경우 중국에 대해서도 명확한 사유 없이 거부하기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은 과거 한한령이나 사드 배치에 대한 경제적 보복 사례가 있는 만큼, 지도 반출을 거절할 경우 유사한 외교·경제 리스크가 재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외국 기업에 대한 차별 논란을 피하기 어렵고 잘못 대응할 경우 미국과 중국 모두와 갈등을 겪는 외교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처럼 지도 반출 문제는 기술·산업 이슈를 넘어, 정치·외교·경제적으로 파급력이 큰 사안인 만큼,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 교수는 “이는 단순히 산업 보호냐 시장 개방이냐의 이분법 문제가 아니라, 국내 산업의 경쟁력 수준과 지도 반출이 초래할 보안 리스크에 대한 정밀한 분석과 판단이 선행돼야 할 사안”이라며 “국민이 체감하는 서비스 품질과 산업의 지속 가능성, 외교적 리스크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