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의료사고 피해자에게 본인 부담 상한액을 초과한 의료비를 환급했다면 사고의 책임자들이 초과금 일부를 대신 갚아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건보공단이 의사 A 씨 등을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부분 중 일부를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환송했다.
2018년 9월 A 씨가 대표원장으로 있는 병원에서 B 씨 등 2명이 수액을 맞은 뒤 패혈성 쇼크 증상을 보이는 사건이 발생했다. B 씨는 치료 도중 사망했고 다른 피해자는 17일 동안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었다.
법원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A 씨와 병원 간호조무사들에게 금고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A 씨는 2019년 6월 B 씨 유족에게 5000만 원을 지급하고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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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은 2018년 10월부터 약 4개월 동안 B 씨 등의 치료비 중 건보공단 부담금에 해당하는 2882만 원을 요양기관에 지급한 뒤 이 금액을 A 씨 등에게 청구했다. 또 두 차례 B 씨 유족에게 환급한 본인 부담 상한액 초과금 469만 원도 A 씨 등이 갚을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본인 부담 상한제는 환자가 부담하는 연간 본인 일부 부담금 총액이 소득분위에 따라 정한 개인별 상한금액을 넘길 경우 건보공단이 그 초과금을 부담하는 제도를 말한다. 국민건강보험법상 요양급여비용은 가입자 또는 피부양자가 부담하는 ‘본인 일부 부담금’과 공단이 부담하는 ‘공단 부담금’으로 구성된다.
1심은 치료비 2882만 원은 A씨 등이 갚아야 한다고 인정했지만 환급금 469만 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A 씨가 B 씨 유족과 합의했기 때문에 건보공단이 유족을 대신해 손해배상 채권을 행사할 권리가 없다는 등의 이유였다. 2심도 항소를 모두 기각하며 1심 판결을 유지했다.
이에 불복한 건보공단은 환급금 가운데 A 씨가 B 씨 유족과 합의하기 전에 지급된 107만 원 부분에 대해 다시 판단해 달라고 상고했고 결국 대법원은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였다.
대법원은 “본인 부담 상한액 초과 금액은 요양급여비용 중 공단 부담금에 해당한다”며 “제3자의 행위로 보험급여 사유가 생겨 공단이 가입자 등에게 본인 부담 상한액 초과 금액을 지급하는 결과가 발생했다면 공단은 국민건강보험법에 따라 그 초과 금액 한도 내에서 제3자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