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당대표였으면 계엄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탄핵도 일어나지도 않았다.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냐” (홍준표 후보)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대통령 기분 맞췄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한동훈 후보)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나선 한동훈·홍준표 후보가 25일 일대일 토론에서 12·3 비상계엄과 탄핵의 책임을 두고 맞붙었다. 이 과정에서 두 후보는 “깐족거린다”, “품격에 맞게 행동하라”며 설전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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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후보는 이날 국민의힘 대선 경선 2차 토론에서 ‘지난해 12월 3일에 당 대표였다면 계엄을 막았을 것인가’라는 한 후보의 질문에 “제가 당대표였으면 계엄이 일어나지도 않았고, 탄핵도 일어나지도 않았다”며 “당대표는 대통령과 협력을 해야 한다. 사사건건 깐족대고 시비 거는 당대표를 두고 대통령이 참을 수 있었겠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내가 당대표였다면) 아무리 속상해도 대통령과 협력해서 정국을 안정시키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한 후보는 ‘당 대표 시절에 김건희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대통령실을 협박했다는데 사실인가’라는 홍 후보의 질문에 답하며 역공했다. 그는 사실이 아니라고 답하는 와중에 “홍 후보처럼 대통령 옆에서 아부하면서 대통령 기분 맞췄던 사람들에게 계엄의 책임이 있다”며 “저는 계엄을 막았던 사람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민주주의자, 공화주의자인 보수 정당에선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이후 토론 과정에서 홍 후보가 “한 후보는 국민 앞에서 대통령을 폄하한 적 없냐. 대통령에게 깐족대고 조롱한 적 없냐”고 언성을 높이자 한 후보는 “‘깐족댄다’가 무슨 말이냐. 일상생활에서 주변인들에게 ‘깐족댄다’라는 말을 쓰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한 후보는 “그런 표현 쓰면 안 된다. 폄하하는 표현이다”라면서도 “홍 후보가 페이스북에 폄하하는 막막들이 깐족대는 것”이라고 맞섰다. 이에 홍 후보는 “깐족댄다는 말의 의미도 모르고 그런다”고 맞받았다.
홍 후보는 윤 전 대통령과의 대화 내용을 꺼내며 “대통령이 (지난해 4·10) 총선 패배 후 만찬에 초대해서 갔는데 ‘한동훈이가 총선에서 이겼다면 (한 후보를) 총리로 임명하고 후계자로 삼으려고 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제가 1월에 사퇴 요구를 받았다”며 홍 후보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말 자주 바꾸시는 데 아닌 것 드러나면 이재명(전 민주당 대표) 짝 난다”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는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을 받고 있다.
한 후보는 홍 후보의 과거 여성 비하 발언을 짚었다. 한 후보는 “‘여성 최고위원에게 여자는 밤에만 쓰는 것’, ‘주막집 주모’ 등 말씀하신 적 있나”라고 홍 후보에게 물었다. 홍 후보는 “그런 말 한 적 없다”며 “주막집 주모는 말했다”고 했다. 이어 “꼭 그렇게 물으니까 깐족거린단 말이 나오는 것”이라며 “법무부 장관을 했으면 논리 비약하지 말고 정확하게 질문하라”고 호통쳤다.
한 후보가 “그 정도 발언은 해도 된다는 거냐”고 꼬리 질문을 하자 홍 후보는 “정책을 물어라”고 화를 냈다. 그러면서 한 후보는 향해 “품격에 맞게 행동하라. 겉으로 품격 있는 척하고 뒤로 엉뚱한 짓을 하고 그렇게 하니까 나라가 개판이 된 것 아니냐”고 쏘아붙였다.
두 후보는 이어진 토론에서 다시 계엄책임론을 놓고 공방을 벌였다. 홍 후보는 비상계엄 해제를 두고 “한 후보가 따라다니는 의원들을 데리고 (국회에) 안 들어왔어도 야당이 충분히 해제할 수 있었다”며 “한 후보가 막은 게 아니고 야당이 막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한 후보가 계엄 해제 주역이라고 자꾸 말하는데 계엄 선포의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라며 “도대체가 당 대표가 계엄 선포 사실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라고 따졌다.
이에 한 후보는 “계엄을 저와 18명의 국민의힘 의원이 막은 게 맞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대통령이 계엄 선포하면서 민주당을 반국가단체라고 지목하고 계엄을 시행했다”며 “우리 국민의힘이 가장 먼저 나서서 계엄이 위헌·위법이라고 제가 말했다”고 했다.
한 후보는 “계엄이 (야당) 단독으로 해제됐다면 윤 전 대통령이 계엄 해제를 선포하지 않고 2차 계엄이나 국회에 모여있는 국회의원들 해산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국민의힘은 12월 3일에 계엄을 옹호한 정당이 아니라 계엄을 막은 정당”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