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앞으로 50년 내 한국은 생산연령인구(15~64세)보다 고령 인구(65세 이상)의 비율이 높아져 ‘노년부양비’가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구축하기 위해 건강한 노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 과제로 강조된다. 미국, 일본 등 한국보다 인구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선진국들은 국가적 차원의 노화 연구와 국민 건강을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12일 통계청 인구상황판에 따르면 국내 인구는 약 41년 뒤인 2066년을 기점으로 노년부양비가 100을 초과한다. 노년부양비는 생산연령인구 100명에 대한 65세 이상 고령 인구의 비율로, 돈을 버는 사람보다 부양을 받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한국 노년부양비는 올해 29.3이며, 내년에는 31.3을, 7년 후인 2032년에는 41.4를 기록해 빠르게 높아질 것으로 관측됐다.
급격한 고령화와 대조적으로 출생아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향후 사회의 의료비·복지비 부담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 출산율은 2018년 0.98로 집계되며 본격적으로 0명대에 진입했다. 이 수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0.72명을 기록했다. 생산연령인구 100명에 대한 유소년(14세 이하)인구의 비율인 유소년부양비는 올해 14.6으로, 노년부양비의 절반에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학계에서는 건강수명 연장을 지속가능한 사회의 필수 요소로 꼽는다. 건강수명은 기대수명에서 질병이나 사고로 건강하지 못한 기간을 제외한 기간으로, ‘얼마나 건강하게 오래 사는가’에 방점을 찍은 통계다. 건강한 노인이 많을수록 의료비 지출 증가세를 완화할 수 있고, 사회·경제적으로 노인들의 활발한 활동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한국의 건강수명은 2021년 기준 여자가 74.1세, 남자가 70.7세 등으로 평균 72.5세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집계한 전 세계 수치 가운데 1위인 일본(73.4세)에 이어 2위에 해당하는 높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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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국은 아직 노화와 노인의 질병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국가 차원의 구심점이 없다. 다만 건강한 노화를 위한 정부 투자는 개선의 여지가 크다. 질병관리청은 2021년 ‘국립노화연구소 설립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대내외 보건의료 환경변화를 분석해 국립노화연구소의 설립 필요성을 검토했다. 질병청은 올해 업무보고에 국립노화연구소 설립을 주요 과제로 담았다.
앞서 고령화를 경험한 해외 선진국의 상황은 한국과 대조적이다. 미국은 1974년 국립보건원(NIH) 산하에 국립노화연구소(NIA)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일본은 6개 국립의료센터 중 하나로 2004년 국립장수의료연구센터(NCGG)를 설립해 노인의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두 기관은 노인성 질병뿐 아니라 노화 기전을 규명하고 이를 조절하는 기술,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변화까지 의학, 바이오, 사회과학 등의 분야에서 광범위한 연구를 담당한다.
해외 선례가 적지 않은 만큼, 이를 참고해 한국만의 초고령 사회 대비책을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 조언이다. 저속노화와 웰에이징 등 유행에 따라 건강 관리에 대한 전 연령의 관심이 높아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국민건강을 개개인의 노력에 맡겨두는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분석한다.
윤석준 고려대학교 고령사회연구원장(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은 “인간의 건강 수준을 이야기할 때는 유전자, 생활습관, 환경적 요인 등을 중요하게 고려하는데, 이 가운데 가장 교정 가능성이 큰 것은 결국 생활습관이다”라며 “흡연, 음주, 잘못된 식습관, 운동량 부족 등 건강 위험 요인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들을 교정하는 것은 개인의 노력과 동시에 사회적 분위기 형성이 반드시 함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윤 원장은 “제도를 도입해 국민이 해로운 습관을 고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권장해야 하는데, 금연정책이 좋은 사례”라며 “20년 전에는 한국 남성 흡연자 비율이 약 70%에 달했는데, 그동안 정부가 가격·비가격 정책을 다양하게 도입해 현재는 흡연자가 2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산업적 측면에서 정부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윤 원장은 “생활습관 측면의 접근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산업 분야에서 건강과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을 개발하고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노화 및 여러 질병 관련된 바이오 마커, 맞춤형 건강 모니터링 기술, 웨어러블 디바이스, 자가 측정 서비스 등이 활발히 연구될 수 있도록 유망한 기업들을 육성하고, 국민이 새로운 기술을 합리적 비용으로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