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속노화는 노년기에도 자립적인 삶 유지가 목표…‘회복 탄력성’ 확보

#서울 마포구에 사는 직장인 A(27) 씨는 눈을 뜨자마자 스마트워치로 간밤의 수면 점수를 확인한다. 삶은 달걀로 아침 식사를 챙기고 출근길엔 비타민D 합성을 위해 일부러 햇볕이 드는 길을 걷는다. 퇴근 후엔 맥주 한 잔 대신 근력 운동을 하고 귀가한다. A 씨는 “지금부터 관리해야 50대 이후에도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며 저속노화는 중장년층만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11일 의료계에 따르면 한국인의 기대수명은 해마다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3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4 한국의 사회지표’를 보면 2023년 기준 기대수명은 83.5년으로 전년(82.7년)보다 0.8년 증가했다. 2020년(76.0년)보다 7.5년, 2010년과 비교하면 3.3년 늘어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는 스위스(84.2년), 일본(84.1년), 스페인(84.0년), 이탈리아(83.8년)를 이어 5위로 나타났다.
그러나 기대수명은 단순히 ‘얼마나 오래 사는가’만을 나타낸다. 83세에 이르는 삶의 질은 반영되지 않았단 의미다. 많은 이가 두려워하는 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는 기간을 나타내는 지표는 건강수명이다.
한국인의 건강수명은 73.1년으로, 기대수명과는 10년 이상 차이를 보인다. 건강수명 역시 해마다 늘어나지만 기대수명과의 격차는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이는 인생의 마지막 10년은 돌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단 사실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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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가 무조건 축복이 아닌 현실 속에서 저속노화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노화를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 속도를 늦추고 영향을 최소화하자는 건강관리 트렌드다. 근육 유지, 인지기능 보호, 면역력 강화 등을 통해 노년기에도 자립적이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특히 저속노화는 질병이나 스트레스를 겪었을 때 회복 속도와 수준을 결정짓는 회복 탄력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저속노화는 유행에 민감한 MZ세대들에게 더 빠르게 퍼지고 있다. 일찌감치 습관을 들여야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단 인식에서다. 미국 듀크대 연구진이 954명을 대상으로 12년간 추적한 연구에 따르면 26세부터 노화가 시작된다. 또한, 30대 이후에는 근육과 골량이 자연 감소하기에 예방하면 노년기까지 기초체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중장년층이라도 저속노화를 실천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노화 속도는 노력을 통해 후천적으로 조절할 수 있고, ‘언제 시작하느냐’보다 ‘얼마나 꾸준히 실천하느냐’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