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로 먹이터ㆍ서식지 위기
새끼는 근처서, 어미는 멀리서 먹이 확보
기후 위기가 남극 생태계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남극 로스해에 서식하는 아델리펭귄은 먹이터와 서식지가 줄어들자, 새끼와 부모에 걸쳐 사냥 전략을 다르게 적용하며 환경 변화에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극지연구소는 남극 로스해에서 서식 중인 아델리펭귄이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을 활용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원적 먹이사냥 전략(Bimodal foraging strategy)’은 새끼에게 줄 먹이는 가까운 사냥터에서, 부모 자신의 먹이는 먼 사냥터에서 구하는 방식이다. 주로 번식기에 먹이 확보가 어려울 때 관찰되는 행동이다.
극지연은 2021~2022년과 2022~2023년 2년에 걸쳐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총 47마리의 아델리펭귄에 위치추적 장치를 부착하고, 이동 경로와 사냥 패턴을 분석했다.
조사 결과, 먹이가 비교적 풍부했던 2022~2023년에는 펭귄들이 대부분 같은 지역에서 사냥을 진행했다. 반면, 환경 여건이 나빴던 2021~2022년에는 새끼를 위한 먹이는 번식지에서 평균 약 7㎞ 떨어진 가까운 지역에서, 부모가 먹을 먹이는 평균 약 45㎞ 떨어진 먼 지역에서 따로 확보하는 방식으로 행동이 나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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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지연은 2021년 당시 해양환경이 사냥에 불리했다고 분석했다. 사냥터 접근을 방해하는 해빙 면적은 2022년보다 10% 이상 넓었고, 해양 생물 생산력도 약 3분의 2 수준으로 감소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조건 속에서 펭귄이 생존과 번식률을 높이기 위해 먹이 사냥 전략을 조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연구팀은 이러한 전략이 장기화하거나 기후 변화가 더 급격해질 경우, 새끼와 어미 모두 먹이 부족을 겪게 되어 펭귄 생태계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형철 극지연구소장은 “펭귄은 남극 생태계 먹이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기후변화로 남극 펭귄의 생존이 위협받으면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이들의 생태와 적응을 지속해서 감시하고 영향을 평가할 것이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남극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에는 아델리펭귄 백만 마리 이상과 황제펭귄 수만 마리 외에도 고래, 물범, 바닷새, 크릴 등 다양한 해양 생물이 서식하고 있다. 해양수산부와 극지연구소는 2017년부터 이 지역 생태계 변화를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국제사회에 관련 정보를 보고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해양수산부 연구개발사업 ‘로스해 해양보호구역의 보존조치 이행에 따른 생태계 변화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연구 결과는 지난 1월 국제 학술지 Marine Biology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