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바이오·진단 기업들이 종양학(oncology) 분야에서 제품력과 연구개발 역량을 입증하고 있다. 해외 유력 학회와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실적 상승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23일 바이오·진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젠큐릭스와 씨젠이 글로벌 시장에서 이목을 끄는 연구 성과를 확보했다. 씨젠은 중합효소연쇄반응(PCR) 검사 연구개발(R&D), 젠큐릭스는 유방암 진단 등 체외진단(IVD) 분야에서 각각 두각을 드러냈다. IVD는 조직·혈액·침·소변 등 인체에서 유래한 검체로 질병을 진단, 예측, 모니터링하는 기술이다.
씨젠은 세계 최초로 모든 과정을 자동화한 진단시스템 ‘큐레카(CURECA)’를 개발했다. 큐레카는 검체 자동 전처리 장치인 CPS와 핵산 추출부터 유전자 증폭 및 결과 분석을 수행하는 검사 장비인 CEFA 등 2개 파트로 구성됐다.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자동으로 검사가 진행돼 휴먼 에러(human error)를 원천 차단할 수 있는 특징이 강점으로 꼽힌다. 모듈형 장비로 설계돼 각 검사실의 필요에 따라 배치할 수 있으며, 구동 시간이나 검사 인력의 근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24시간 무인으로 대량 검사가 가능하다.
PCR 검체는 대변, 소변, 혈액, 객담 등으로 다양한 규격의 용기를 사용해 분류, 처리해야 하는 만큼, 많은 전문 인력과 긴 시간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큐레카가 시도하는 전처리 자동화가 글로벌 진단 시장의 주목을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현재 개발 중인 CPS는 검체 분류 이후 원심분리와 열처리 과정도 가능하며, 별도로 분리해 분자진단 이외의 진단혈액, 생화학, 면역 등 타 진단 분야 전처리 과정에 활용할 수 있다. 씨젠은 오는 7월 미국 진단검사의학회(ADLM)에서 큐레카의 실물을 처음으로 공개할 계획이다.
관련 뉴스
젠큐릭스는 유방암 예후 진단 분야에서 자사가 개발한 ‘진스웰 BCT’가 전 세계적으로 점유율이 가장 높은 제품인 미국 지노믹헬스의 ‘온코타입DX’ 보다 예측력이 높다는 연구 결과를 확보했다. 해당 연구는 온코타입DX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웠던 중간 재발 위험의 환자들을 보다 정밀하게 선별할 가능성도 제시했다. 두 제품의 예후 예측력 비교 결과에 대한 논문은 종양학 분야에서 권위있는 국제학술지 ‘프론티어 인 온콜로지(Frontiers in Oncology)’에 채택됐다.
연구는 국내 다기관 코호트 연구로 진행됐으며, 총 759명의 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했다. 전체 환자군에서 진스웰 BCT는 타 검사와 비교해 우월한 예후 성능을 나타냈다. 특히 타 검사에서 재발 저위험군으로 분류된 환자에게서도 진스웰 BCT의 위험군 분류에 따라 재발 위험도의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타사 검사로는 검사의 의미가 불명확한 중간 재발 위험의 50세 이하의 젊은 유방암 환자군에서도 이런 성능적 우위성이 확인됐다.
유방암 진단 분야에서 동남아시아 시장 점유에 나선 기업도 있다. 베르티스는 최근 파트너사인 라이프스트랜즈(LifeStrands)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유방암 조기 진단 혈액검사 ‘마스토체크’를 태국과 필리핀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베르티스는 앞서 2022년 싱가포르의 대형 민간 의료 기업 래플즈 메디컬 그룹(Raffles Medical Group)과 공급 계약을 체결한 이후 지속적으로 동남아 시장을 확장해 왔다.
마스토체크는 베르티스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프로테오믹스 기반 유방암 조기 진단 혈액 검사다. 혈액 내 유방암 관련 단백질 3종을 분석해 특허 알고리즘으로 조기 유방암 여부를 판별한다. 비침습적이고 객관적인 혈액 기반 진단으로, 기존 영상진단이 어려운 환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어 경쟁력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진단 시장이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향후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행보는 더욱 증가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전 세계 IVD시장은 2021년 약 992억2000만 달러(141조4777억 원)로 파악됐으며, 6.9%의 연평균 성장률을 유지해 2026년에는 약 1383억 달러(197조2019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