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가격 붕괴, 韓 산업 경고등 [무역전쟁 유탄, 저가 쓰나미 上]

입력 2025-04-21 05:0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본 기사는 (2025-04-20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中 4년간 1.9조 달러 대출 지원
배터리 양극재, 5분의 1가격에
태양광 패널, 철강 등 수입 급증
제조기업 28% "매출 및 수주 타격"

미·중 무역 전쟁이 ‘강(强)대강’치킨게임으로 격화하면서 샌드위치 신세인 한국이 최대 피해국이 될 처지에 놓였다. 두 국가간 상호관세를 비롯한 수입 통제 ‘맞불’ 전략에 미국으로 들어가지 못한 중국산 물량이 우회 경로를 찾아 대거 한국 시장으로 유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다. 이미 철강, 가전, 섬유 등 국내 제조업은 중국산 저가 물량공세에 가격 경쟁력에서 뒤쳐져 몇년째 고전 중이다. 문제는 미국이 최근 중국에 대한 소액 면세제도까지 폐지하면서 중국의 싸구려 재고 물량까지 대거 한국으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점이다. 저가 중국산이 제조업을 넘어 유통, 소비시장까지 교란시키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산업 생태계의 균열을 심화시키는 중국의 밀어내기에 대한 문제점과 대응방안을 모색해본다.

중국산 제품 가격이 자사 제품의 60~70% 수준입니다. 최소 마진으로 버티고는 있지만 원유 가격만 조금 움직여도 흑자와 적자를 넘나들어요. 이렇게는 오래 못 버팁니다.(국내 석화업계 고위 관계자)

중국산 저가 제품이 전방위로 유입되면서 국내 산업 전반에 ‘가격 붕괴’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태양광 패널부터 가전, 섬유, 철강, 석유화학에 이르기까지 이미 중국산 공습에 가격경쟁력을 잃은 국내 제조업들은 미·중 무역갈등 격화로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할 것이란 위기감에 휩싸였다. 원가 이하로 밀어붙이는 중국발 공급 과잉에 일부 업종은 내수 시장마저 잠식당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미·중 관세 전쟁이 사실상 ‘한국 제조업 타격전’으로 번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수입량은 2022년 76만t(톤)에서 지난해 102만t으로 34.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중국산 도금강판 가격은 t당 952달러에서 730달러로 23.3% 하락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중국산 저가 공세 탓에 올해 건축용 도금강판의 내수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4%, 컬러강판은 24% 급감했다”며 “실질적 피해가 눈앞의 현실이 됐다”고 토로했다.

열연강판도 예외는 아니다. 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산 열연강판 수입량은 13만3781t으로 전월보다 18%, 1월 대비 78% 증가했다. 국내산 제품 가격이 t당 80만 원 초반인 반면 중국산은 70만 원대 후반으로 더 저렴하다. 국내 철강업계는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태양광과 2차전지 소재 역시 마찬가지다. 태양광의 핵심 원료인 폴리실리콘은 중국산 가격이 ㎏당 7~8달러 수준이다. 국산(20달러 안팎)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지난달 중국산 폴리실리콘 수입량은 110t으로, 6개월 전보다 73% 급증했다.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도 가격 경쟁에서 밀린다. 중국산 LFP(리튬인산철) 양극재는 t당 5달러에 거래된다. 국산 삼원계 양극재(25달러)의 5분의 1수준에 그친다. 중국산 양극재 수입량은 지난해 9월 1098t에서 올해 1월 3000t, 3월에는 4788.9t까지 뛰었다.

박재범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중국산 소재는 보조금을 등에 업은 초저가 공세로 기업의 자구 노력만으로는 원가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가전 시장에서도 중국산 저가 공세가 거세다. 샤오미가 최근 국내 출시한 고사양 스마트폰 ‘포코 X6프로’는 39만9000원이다. 삼성전자 ‘갤럭시S24 팬에디션’(94만6000원)과 유사한 스펙이지만 가격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TCL은 56인치 QLED TV 가격을 69만 원에서 46만 원대로 인하했고 10만 원대 소형 냉장고도 온라인몰에서 인기다.

전문가들은 가격 공세의 배경으로 중국의 대규모 산업 보조금을 지목한다. 중국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4년간 국영은행이 기업에 공급한 대출만 1조9000억 달러(약 2700조 원)에 달한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은 전략 품목에서 글로벌 점유율을 높일 때까지 보조금을 계속 지급할 것”이라며 “중국산 제품의 글로벌 시장 잠식은 당분간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는 이미 우리 기업의 실적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8월 전국 제조기업 2228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중국산 저가 공세가 국내 제조업에 미치는 영향’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27.6%가 중국제품의 저가 수출로 인해 “실제 매출·수주 등에 영향이 있다”고 답했다. 42.1%는 “아직 피해는 없지만 앞으로 타격이 우려된다”고 응답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노인 인구 1000만 명 시대…‘건강한 노화’ 열쇠 찾았다 [바이오포럼2025]
  • IMEI·IMSI 동시 유출 땐 복제폰 위험⋯전문가 "최악의 상황 고려하라"
  • 서울에서 자녀 출산한 무주택가구, 최대 720만 원 받으려면 [경제한줌]
  • 단독 한화에어로, 방산 1호 중대재해 적용 피할 듯…노동청, 내사종결 가닥
  • 단독 '고아계약' 사라지나…금융당국, 설계사 퇴사 시 수수료 승계 검토
  • 도루·헤드샷·벤치클리어링…야구 불문율 이제는 극혐? [요즘, 이거]
  • 단독 이재명 '호텔경제학' 근본은 '성매매 경제학'?
  • ‘불꽃야구’ 신입 내야수 박찬형,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 입는다
  • 오늘의 상승종목

  • 05.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50,842,000
    • +1.37%
    • 이더리움
    • 3,533,000
    • -0.56%
    • 비트코인 캐시
    • 551,500
    • +0%
    • 리플
    • 3,324
    • -1.19%
    • 솔라나
    • 237,900
    • +1.32%
    • 에이다
    • 1,044
    • -0.29%
    • 이오스
    • 1,091
    • +0.46%
    • 트론
    • 382
    • +1.87%
    • 스텔라루멘
    • 404
    • +0.5%
    • 비트코인에스브이
    • 49,590
    • -1.7%
    • 체인링크
    • 22,030
    • -0.9%
    • 샌드박스
    • 436
    • -0.4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