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 이어 올해 신한 '5조 클럽' 입성 가능성도
조기대선 이후 금융권 사회공헌 요구 커질 듯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1분기에만 전년 대비 10% 넘게 순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기 대선 이후 금융권을 향한 '상생금융' 요구가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의 올해 연간 당기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17조619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실적 16조5268억 원보다 1조929억 원(6.6%) 증가한 수치다.
지주사별로 KB금융이 전년 대비 7.8% 증가한 5조4196억 원으로 '5조 클럽'을 유지하고,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5조581억 원으로, KB금융에 이어 올해 5조 클럽에 입성할 것으로 보인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은 3조9205억 원, 3조2215억 원으로 각각 4.0%, 1.6%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발은 좋다. 올 1분기 4대 금융의 순이익 전망치 평균은 4조8858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3.8% 증가할 것으로 추정됐다. KB금융이 48.7%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이 각각 9.1%, 2.1%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지난해 초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에 따른 기저효과가 실적 회복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우리금융은 지난해 ELS 손실의 타격이 가장 작아 기저효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우리은행 수익성 저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전년 동기 대비 8.2% 순익 감소가 예상됐다. 우리금융은 전체 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해 기준 98.5%로 다른 지주사(64~89.8%)보다 높다.
4대 금융의 사상 최대 실적 기록 경신 행진은 정치권과 정부가 상생금융 압박 수위를 높이는 구실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그동안 여야 모두 상생금융을 강조해온 데다 조기 대선이라는 거대한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경선 후보는 당 대표 시절인 지난 1월 6개 은행장과 현장 간담회를 하고 소상공인ㆍ중소기업 지원을 당부한 바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도 이달 초 5대 은행장 등을 만나 관세 여파로 어려움을 겪을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금융 지원 강화를 주문했다.
압박 강도와 범위는 이전보다 더 커질 전망이다. 4대 금융을 포함한 국내 금융지주회사들은 지난해 역대 최대의 순이익을 거뒀다. 금융감독원의 ‘2024년 금융지주회사 경영실적 잠정치(연결 기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금융지주 10곳(KB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 iMㆍBNKㆍJBㆍ한국ㆍ메리츠)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23조8478억 원으로 전년(21조5246억 원) 대비 2조3232억 원(10.8%) 증가했다. 2021년부터 21조 원대를 유지하다가 지난해 23조 원대까지 불어났다. 여전사를 제외한 은행, 보험, 금융투자 부문이 고르게 증가했다.
경기 전망이 어둡다는 점도 금융권에 대한 사회공헌 요구를 더하는 요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를 부양하는데 금융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대선이 임박할수록 결과에 상관없이 금융권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다양한 요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KB금융은 24일, 신한·하나·우리금융은 25일에 각각 올해 1분기 경영실적을 발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