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형문화재 매입 10년 간 보존ㆍ복원
국내 최대 샤넬매장ㆍ전시공간 마련

신세계백화점 본점 옆 90년 역사의 옛 제일은행 건물(서울 중구 소공로 소재)을 재단장해 9일 개관한 ‘더 헤리티지’에 도착하니 명품 ‘샤넬’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이날 더 헤리티지 오픈 시간인 10시30분에 맞춰 입장했는데 외국인 관광객과 고객들이 한데 몰려 문전성시를 이뤘다.
더 헤리티지는 ‘신세계백화점 본점 타운화’ 계획의 일환이다. 신세계백화점은 본점 본관을 명품·잡화 중심의 ‘더 리저브’로, 신관은 패션·식음료 중심 ‘디 에스테이트’로 조성해 외국인 관광객과 VIP 수요를 공략한다는 구상을 세웠다. 신관은 재단장을 마쳤고 본관은 국내 최대 규모 루이비통과 에르메스 매장을 도입해 하반기 오픈할 예정이다.

이날 첫선을 보인 더 헤리티지는 국내 최대 샤넬 매장을 품고 고객을 맞았다. 1~2층에 샤넬 매장이 자리했는데, 긴 입장 대기 줄에 브랜드의 인기를 체감할 수 있었다.
관련 뉴스
신세계백화점이 더 헤리티지에서 최대 규모 명품 매장보다도 내세운 것은 ‘문화유산 가치를 얼마나 지켰나’였다. 이 건물은 1935년 조선저축은행(제일은행 전신) 본점으로 처음 문을 연 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71호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가치가 큰 곳이다. 신세계백화점은 2015년 이곳을 매입해 10년간 보존과 복원에 공을 들였다. 특히 국가유산위원회 위원의 자문을 거쳐 1935년 준공 당시와 90%가량 동일한 수준으로 건물을 복원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더 헤리티지는 작은 박물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쇼핑 공간 못지않게 넓은 전시공간을 자랑했다. 4층에 도착하자 역사관과 갤러리가 마련돼 있었고 실제 이용할 수 있는 엘리베이터는 마감재, 타일 등을 분석해 준공 당시와 같은 형태로 복원했다. 층수가 표시되는 엘리베이터 인디케이터(indicator)도 과거 방식을 따른 모습이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역사적 건물인 만큼 1950~60년대 명동을 기록한 살롱처럼 운영할 예정”이라며 “강당은 앞으로 여러 전시를 진행하는 갤러리로 이용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5층과 지하 1층은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했다. 5층은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로 한국의 문화와 생활 양식을 담은 전시나 원데이 클래스 등을 열 계획이다. 5층 한켠에서는 한국식 전통 디저트도 즐길 수 있다. 이날은 떡, 곶감말이, 정과 등이 쇼케이스에 진열돼 있었다. 지하 1층에도 한국 정취를 담은 공예 기프트샵을 비치했다. 한국 매듭을 이용한 가방을 비롯해 자기, 그릇, 신생아 옷 등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구경해볼 만한 아이템이 가득했다.
신세계 관계자는 “한국 전통 소재를 기반으로 현대적 재해석을 더한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제품을 선보이려고 한다”며 “한국과 신세계를 대표하는 기념품을 만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