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법저법] ‘직장 내 괴롭힘’ 허위신고를 당했습니다

입력 2024-11-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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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법조 기자들이 모여 우리 생활의 법률 상식을 친절하게 알려드립니다. 가사, 부동산, 소액 민사 등 분야에서 생활경제 중심으로 소소하지만 막상 맞닥트리면 당황할 수 있는 사건들, 이런 내용으로도 상담받을 수 있을까 싶은 다소 엉뚱한 주제도 기존 판례와 법리를 비교·분석하면서 재미있게 풀어드립니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종합병원에서 근무하는 수간호사입니다. 최근 같은 팀 저연차 간호사가 저를 직장 내 괴롭힘으로 신고했습니다. 병원 조사에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지만, 신고가 됐다는 사실 만으로 저는 가해자로 몰리게 됐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제가 하지 않은 일까지 반박해야 하는 과정도 너무 힘들었고요. 직장 내 괴롭힘으로 허위신고를 당한 경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가 매년 증가하면서 제도를 악용하는 허위신고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허위 신고를 당했을 때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와 함께 자세한 내용 짚어 봤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 허위 신고자를 무고로 고소할 수 있나요?

A. 형법 제156조가 규정하는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인 경우’ 성립하는 범죄입니다. 이때 ‘징계처분’은 공법상의 법률관계에 기초한 것으로, 본인의 직장이 공공기관이나 공기업인 경우에만 무고죄로 고소가 가능합니다. 만약 본인의 직장이 사기업이라면 고소가 어렵습니다.

Q. 다른 범죄로 고소해 처벌받게 할 방법은 없나요?

A. 병원 내 동료 직원들이나 지인들에게 직접 또는 사내 메신저, 카카오톡 등을 이용해 허위 소문을 퍼뜨리거나 자신의 SNS에 허위사실을 게시한 경우,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형법 제307조 제2항, 정보통신망법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70조 제2항)으로 고소할 수 있습니다.

Q. 허위신고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나요?

A. 대법원은 “피고소인이 고소인이 고소한 피의사실로 수사의 대상이 되어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그 고소가 권리의 남용이라고 인정될 수 있는 정도의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것이 아닌 이상, 고소인의 행위가 불법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대법원 2007. 4. 12. 선고 2006다46360 판결 등 참조)”고 하거나, “고소인의 고소 내용이 터무니없는 허위사실이 아니라 사실에 기초하여 그 정황을 다소 과장하였거나 법률을 잘못 적용한 것에 불과한 경우, 고소인의 행위가 피고소인에 대한 불법행위를 구성하지 않는다(대법원 2006. 4. 28. 선고 2005다29481 판결 참조)”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내용이 명백한 허위가 아닌 ‘다소 과장됐거나 잘못 판단하는 정도’에 그친다면, 신고 사실 자체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불법행위라고 볼 수 없어 손해배상을 받기 어렵습니다.

Q.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면서 저에 대한 허위 사실을 주변에 퍼뜨리고 욕설 등의 모욕적인 표현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주고받기도 했습니다. 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한가요?

A. 신고인이 주변에 허위사실을 유포하거나, 다수의 지인에게 모욕적인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 이는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의 배상을 청구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최근 신고인이 자신의 지인들과 카카오톡으로 피신고인에 대한 험담을 나눈 후 이를 근거로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법원은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이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더라도 “민법상 불법행위가 되는 명예훼손이란 사람의 품성, 덕행, 명성, 신용 등 인격적 가치에 대하여 사회로부터 받는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행위를 말하고, 그와 같은 객관적인 평가를 침해하는 것인 이상 의견 또는 논평을 표명하는 표현행위에 의하여도 성립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신고인의 위 행위가 피신고인에 대한 명예훼손 행위로서 인격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라고 판단해 손해배상 청구를 인용했습니다. (서울동부지방법원 2021. 3. 30. 선고 2020가단135878 판결, 서울동부지방법원 2022. 2. 16.자 2021나23898)

주의할 점은 신고인의 행위 및 그 허위성에 대한 입증책임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만약 손해배상을 청구하고자 한다면, 신고인의 명예훼손 및 모욕 행위에 관한 자료를 미리 확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Q. 병원에 허위 신고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할 수 있나요?

A.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는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 및 피해 근로자 등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고 내용이 직장 내 괴롭힘으로 판단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신고인에 대한 징계처분이 내려지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대법원은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불리한 처우와 관련해 “여기서 말하는 ‘불리한 조치’라 함은 직장 내 성희롱 그 자체 내지 이에 대한 피해 근로자의 문제 제기 등과 관련한 것이어야 하고 불리한 조치를 하게 된 다른 실질적인 이유가 있는 경우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76617 판결)”고 판단했습니다.

신고인에게 다른 징계사유가 있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여부와 무관하게 징계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법률 자문해 주신 분…

▲ 최형근 법무법인 오라클 변호사

최형근 변호사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서 법학전문 석사학위를 취득(수석 졸업), 제5회 변호사시험에 합격했습니다. 법무법인 오라클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공인노무사 자격과 업무수행 경험을 바탕으로 인사노무 분야의 소송 및 자문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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