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여성·비수도권서 대출 증가율 더 높아
저소득(가계소득 하위 30%)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이 최근 4년여 만에 5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60대 이상 고령층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청년층의 3배에 달했다. 코로나19를 거친 영세·취약층 자영업자의 경영 애로가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13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130조5000억 원으로 2020년(86조6000억 원) 대비 50.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고소득(상위 30%)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575조2000억 원에서 726조1000억 원으로 26.2% 증가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증가율이 고소득자의 2배 수준인 셈이다. 중소득(상위 30~70%) 자영업자는 141조7000만 원에서 199조3000억 원으로 40.6% 증가했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은 청년보다 고령, 남성보다 여성, 수도권보다 비수도권 등에서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60대 이상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020년 234조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356조2000억 원으로 51.6% 증가했다. 같은 기간 30대 이하 자영업자 대출(90조9000억 원→108조1000억 원·18.9%) 증가율의 2.7배 규모다.
같은 기간 40·50대 자영업자의 대출잔액은 각각 24.5%·23.4% 증가했다.
성별로는 여성 자영업자 대출잔액이 33.4%(269조6000억 원→359조7000억 원) 증가해 남성(533조9000억 원→696조2000억 원·30.4%)보다 대출 증가율이 3.0%포인트(p) 높았다. 지역별로는 비수도권 자영업자 대출 증가율(31.3%)이 수도권(30.7%)보다 소폭 높았다.
천 의원은 "저소득, 고령, 여성 등 취약 부문 자영업자의 대출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 자영업자 전체의 위기를 가속화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정부가 벼랑 끝 자영업자 위기 극복을 위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할지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에서 폐업한 자영업자 수는 98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한국은행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2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전 분기(1.52%)보다 0.04%포인트 오른 1.56%로 집계됐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은 10.15%로, 전 분기(10.21%)보다 소폭 하락했지만 2분기째 두자릿수를 기록 중이다. 취약 자영업자 대출 규모 121조9000억 원으로 1년 새 12조8000억 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