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희 카카오뱅크 CSO "판매 아닌 니즈 집중…글로벌 진출 '순항'"[금융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⑭]

입력 2024-09-3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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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9-29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고정희 카카오뱅크 CSO
▲고정희 카카오뱅크 CSO

국내 대표포털 '다음'서 일하다 뱅커로
ICT기술, 기획 요소 노하우 카뱅에 접목
콘셉트, 디테일로 26주적금, 저금통 개발
"금융상품, 파는 것이 아닌 서비스 제공"

2019년 10월29일. 금융위원회가 주최한 ‘제4회 금융의 날’ 기념식에서 당시 출범한 지 3년 밖에 안된 카카오뱅크의 한 파트장이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주인공은 고정희 당시 카카오뱅크 채널서비스 파트장. 그는 공인인증서 없는 쉽고 빠른 인증체계 구축, 직관적 UI·UX(사용자 환경·경험) 설계 등을 주도하는 등 금융혁신 부문에 대한 공헌을 인정받아 수상자가 됐다.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특히 여성 인재가 드문 IT 부문에서 고정희 카카오뱅크 최고전략책임자(CSO)는 단연 눈에 띄었다. 대표 포털사이트인 다음(Daum) 일본법인 서비스에서 그룹장을 지낸 이후 2006년 다음 카페·블로그 팀장 등 IT업에 종사했던 그는 다음과 카카오가 합병한 이후 뱅커로 바뀐 케이스다.

고 CSO는 정보통신기술(ICT) 산업에서 쌓은 기술·기획 요소를 은행인 카카오뱅크에 적절히 접목시켜 안전하고도 사용자의 눈높이에 맞는 편의성 높은 금융 서비스로 재탄생시키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 카카오뱅크의 첫 내부승진 임원인사에서 서비스그룹장으로 올라섰고 지난해부터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카카오뱅크의 전략과 글로벌진출 업무를 맡게 된 배경이다.

“우리는 금융 상품을 파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 CSO가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정의한 본인의 철학이다. 이같은 소신이 현재 그를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를 수 있게 만들었다고 자신한다.

그는 금융 서비스의 차별점은 ‘콘셉트’와 ‘디테일’에 있다고 밝혔다. 고 CSO는 “콘셉트는 사용자에게 서비스를 설명하는 하나의 메시지다. 어떤 콘셉트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서비스의 차별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서 “디테일은 서비스의 완성도를 다르게 느껴지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다.

이같은 차별점은 ‘26주 적금’, ‘저금통’ 등 카카오뱅크의 대표 수신 서비스와 전·월세 대출, 주택담보대출에 녹아있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는 챗봇 콘셉트로 구성돼 있다. 이는 온라인에서도 오프라인 창구처럼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자 기획됐다. 복잡한 프로세스를 대화방을 통해 절차대로 따라가면서 이용할 수 있도록 콘셉트를 구체화했다.

고 CSO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것은 ‘글로벌 진출’이다. 카카오뱅크는 진출 국가의 대형 금융사나 플랫폼 사와 파트너를 맺어 시너지 효과를 보고 있다. 2019년 동남아시아 최대 플랫폼 ‘그랩(Grab)’으로부터 싱가포르 디지털뱅크 설립을 제안받은 카카오뱅크는 오랫동안 협업을 논의했다. 그는 “그랩이 국내 금융사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체결한 사례는 흔하지 않기 때문에 더 의미가 크다”면서 “디지털뱅크의 성공 모델로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에 투자해 지분 10%를 확보하기도 했다. 그랩과 동남아 메이저 통신사 ‘싱텔’ 인도네시아 최대 미디어 그룹 ‘이엠텍’이 주요 주주다. 론칭 두 달 만에 100만 명의 고객 수를 확보하는 등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였다. 태국에서는 버츄얼뱅크( Virtual Bank·가상은행) 라이선스를 취득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태국의 주요 금융 지주사 SCBX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여러 은행들이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는 한국과 달리 동남아는 은행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고 CSO가 고민하는 부분이다. 한국과 전략을 달리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는 “ 어떻게 은행을 쓰게 해야 할 지가 관건”이라며 “한국과 다른 환경이기 때문에 제로 베이스에서 시작하는 느낌이라 아주 흥미롭다”며 눈을 반짝였다.

현지 금융사와 협업 글로벌 진출 순항
금융+생활 필수 앱 역량 강화 위해 다양한 상품 검토 중
여성들 도전과 위험에 망설이지 말라 조언

금융과 생활 영역 전반에서 신규 서비스 및 사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있다. ‘금융+생활 필수 애플리케이션(앱)’ 역량 강화를 위해 사용자 저변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영유아를 포함하는 미성년자 전용 상품 출시, 40~50대를 위한 투자 상품 및 서비스 확대, 외국인 전용 상품 출시 등을 검토하고 있다.

고 CSO는 “수신에서는 개인사업자 고객 확보, 모임통장과 한달적금의 뒤를 이을 시그니처 상품 확대, 퇴직연금 운용상품 제공 등을 논의 중”이라면서 “여신은 대출 비교서비스 강화를 계획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운영 중인 ‘신용대출 비교하기’에 이어 오토론과 주담대, 전월세대출 등의 비교 서비스를 지속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후배들을 위해 좋은 선례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에서 어깨가 점점 무거워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고CSO는 “IT업계의 경우 업권의 히스토리가 짧다 보니 여성 중 정년을 지낸 사람들이 거의 없다. 카카오뱅크뿐만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 모바일 금융 서비스 분야에서 더 많은 여성 리더들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 CSO는 가정과 회사 생활을 병행하기 어려워하는 여성 후배들과 자주 소통한다. 그는 “스스로가 후배들의 롤 모델이 된다는 생각으로 커리어 목표를 주변에 명확히 알려야 한다”면서 “여성들은 도전과 위험을 피하려 한다는 사회의 편견을 늘 유념해 스스로 망설임을 경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본인과 비슷한 연차의 여성 동료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리더로 올라갈수록 비슷한 위치의 여성 동료 수가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고 CSO도 그동안 만났던 여성 동료와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그는 “내가 고민이 있을 때 나와 공감하고 조언해줄 수 있는 여성 동료가 옆에 있다면 관계를 소중히 하라고 조언한다”면서 “같은 회사나 동종 업계에 있지 않더라도 공감 포인트가 있다. 좋은 라이벌은 곧 좋은 동료가 될 수 있듯 경쟁하면서도 상생하는 관계”라고 설명했다.

회사의 지원도 필수적인 요소다. 카카오뱅크는 산전후 휴가, 유급 보건휴가 등 여성·가족 친화적 제도가 갖춰져 있다. 무엇보다 인재 영입, 육성 프로세스 전반에서 ‘역량 중심의 평가’를 원칙 진행돼 여성 관리자 수는 5년 전보다 6배 증가했다. 2019년 6명이었던 여성 관리자 수는 △2021년 27명 △2023년 36명으로 늘었다. 전체 임직원 중 여성 비율은 지난해 기준 45.2%로 절반가량이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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