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선 신한DS 대표 “즐겁게 일하고 소통하라…性보다 능력봐야”[금융권 유리천장 뚫은 여성리더②]

입력 2024-03-25 05:00 수정 2024-04-2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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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4-03-24 17:00)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여풍(女風)’, ‘우먼파워(Woman Power)’. 사회에 진출한 여성들의 활약상을 일컫는 말이다. 전통적으로 남성들만의 분야로 여겨온 여성 금기 분야에 진출한 여성이나 리더십을 지닌 여성 지도자의 사회적 영향력을 지칭할 때 사용한다. 대표적인 업권이 금융업이다. ‘방탄유리’라 불릴 정도로 보수적인 금융권에서 ‘최초’ ‘1호’ 타이틀을 단 여성 임원과 부서장 등 여성 인재의 활약으로 견고했던 틀이 서서히 깨지고 있다. 본지는 남성 위주의 조직 문화가 강한 금융권에서 일과 가정의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유리천장을 깬 여성 리더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성공 과정과 2030 여성 금융인 후배들에게 전하는 솔직 담백한 조언을 담고자 한다.

▲사진제공-신한DS
▲사진제공-신한DS

신한금융 첫 여성 CEO…영업통이자 다재다능한 탤런트
보이지 않는 벽…상대적 박탈감도
워킹맘 어려움 대책 및 활동 필요
신한DS 매출, 취임 전 32% 껑충
현대백화점카드 차세대 사업 첫 수주도
일선직원 자주 만나 의견 듣는 '소통왕'

“입행한 순간부터 하루 하루 일하는 게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일할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지금 금융권에는 실력있는 여성 후배들이 아주 많이 있습니다. 다만, 여성 리더 탄생에만 주목하지 말고 그들의 성과와 능력을 더 봐줬으면 좋겠어요."

조경선 신한DS 대표는 신한금융그룹의 최초 여성 최고경영자(CEO)에 올라 유리천장을 깬 선두주자로 꼽힌다. 1983년 공채 1기로 신한은행에 입행한 뒤 40여 년 가까이 일선 지점과 본부에서 전문성과 뛰어난 성과를 인정받은 ‘스페셜리스트’이자 ‘제너럴리스트’다. 특히 보수적인 금융권에서도 남성적 색깔이 강한 신한금융에서 ‘산전수전 공중전’을 거친 ‘세심하고 디테일한’ 반전의 여전사로 통한다.

조 대표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손흥민 선수가 토트넘에서 수많은 골을 넣었기 때문에 또 다른 한국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CEO들에게 ‘여성들도 잘하더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발바닥에 불나도록 뛰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유리천장을 먼저 깬 선배로서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그는 예전과 달리 남녀 간‘보이는 차별’은 많이 사라졌지만 ‘보이지 않는 벽’으로 남성과 같은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가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고 했다.

그 역시 역할에 요구되는 역량과 성과를 보이고자 열심히 노력했던 결과가 승진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표는 신한은행의 여러 지점장을 거치며 가는 곳마다 성과를 올렸다. 스마트컨택본부장, 영업기획그룹과 경영지원그룹그룹장을 거쳐 디지털개인부문 겸 개인그룹 부행장을 지낸 후 신한DS 대표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는 “조직과 함께 성장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경험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사회 여러 곳에서 비슷한 노력들이 쌓여오면서 자연스럽게 여성 임원이 등장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 대표는 지점 근무 당시 책임자 고시(승진고시)에서 경쟁자인 남자 직원들을 제치고 유일하게 합격하기도 했다. 과거에는 지점의 모든 남직원들이 책임자 고시를 준비했는데, 시험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회사 근처에 숙소를 잡아놓고 밤새 공부해야 할 정도였다. 그는 “남직원들이 밤에 공부를 해야 하니 야간근무 같은 당번근무를 여성이 돌아가면서 운영하는 등 조력자 역할을 하라고 요구하는 일이 당연시되던 시절이었다”면서 “나 또한 책임자 고시를 보지만, 여직원들과 함께 당번을 서면서 악착같이 공부한 기억이 난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여성에 제한적인 업무가 주어진 게 관행이던 시절, 그로 인해 스스로에게 부족함을 느낀 적도 있었다. 책임자 고시 최종 면접 당시 창구에서의 업무 경험만 있었던 조 대표와 달리 경쟁자였던 남직원들은 거시경제에 대한 안목이나 인사이트가 쌓여 있다는 점을 몸소 체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조 대표는 굴하지 않았다. 이론보다 실전에 강한 그의 창구 업무 경험이 오히려 합격으로 이끌었다. 신한은행의 연금 상품이 안 팔리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 조 대표만 제대로 된 대답을 한 것이다.

그는 여성 후배들에게 조직 내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회사의 전략 및 재무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직의 최우선 목표는 성과 달성이며, 여성 리더든 남성 리더든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동일하다는 것이다.

그는 “통상 여성 리더들은 역량 개발이나 협업에만 집중해도 어느 정도 좋은 평가를 받다 보니 조직의 전략적·재무적 목표까지 달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면서 “타고난 기질이나 통념적 역할 때문에 여성은 스스로 노력하고 갈등을 빚지 않는 것이 최선의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이상을 넘어 조직적 목표를 달성해야만 여성 임원으로서 인정받고 나아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여성이 경제활동을 지속하려면 사회 각 계층의 실질적인 대책과 활동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조 대표는 “출산은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감당해야 하는 몫이지만, 양육은 가족과 사회가 같이 부담해주는 변화가 지속돼야 한다”면서 “남성의 육아휴직제도처럼 여성 경제활동을 보장하고 남성과 여성이 상호 화합하기 위한 정책과 변화도 이뤄져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 역시 ‘워킹맘’으로 '고난의 시절'이 있었다. 주위 사람들의 도움과 회사에 배려가 있었지만 스스로 노력하고 감내한 부분이 더 많았다고 했다. 조 대표는 “여성성이나 출산, 육아로 미리 타협하는 것이 아닌 아이가 아프거나, 육체적인 부담이 있는 과외활동 등 업무 외의 이슈에 대해서는 적정선에서 상호 배려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능력으로 CEO 자리를 꿰찬 조 대표는 신한 DS에서도 몸소 증명하고 있다. 지난해 신한DS의 매출은 3229억 원으로 전년(2794억 원)보다 15.6% 증가했다. 조 대표가 취임하기 직전인 2021년(2444억 원)보다 32.1% 큰 폭 신장했다.

그동안 신한DS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일에도 도전했다.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외부 프로젝트인 현대백화점카드 차세대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주했다. 조 대표는 “처음에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과 염려도 많았다. 계약을 따지 못하더라도 도전해야 한다고 설득했다”면서 “전 세계인이 쓰는 신한카드 결제 서비스를 운영할 정도의 실력이 있기 때문에 충분히 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고 전했다.

성과뿐만 아니라 소통에도 '찐'이다. 경영진은 물론 일선에 있는 직원과도 자주 만나 의견을 듣는 것에만 부임 첫해 업무의 절반을 썼다. 조 대표는 “의미 있는 말을 재미있게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스피치를 하기 전에 스크립트를 써서 말하는 연습을 하고, 비유와 사례를 들어 설명하기 위해서 각종 예능이나 스포츠를 많이 보고 있다”고 답했다.

실제 그는 그룹에서 사용하는 커뮤니티에 ‘소머즈톡톡’이라는 코너를 운영 중이다. 그는 ‘물개박수’,‘대박이에요’ 등 편안한 문체와 이모티콘을 쓰기도 하고, 아시언컵 축구에 대해 평가하기도 한다. 직원들은 게시물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거나 질문을 하는 등 대표와 소통하고 있다.

조 대표는 “CEO가 되고 좋은 점을 하나 들자면 내 마음대로 직원들에게 무엇인가 줄 수 있다는 거였다”면서 “자신의 청춘을 투자한 직원들에게 투자하기 위해 여러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만든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것은 ‘리부팅투어’다. 약 30여명 직원을 선발·추첨해 해외여행 비용을 지원해주는 제도다. 그는 “며칠 전에도 올해 대상자를 선발했는데 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면서 “최소 10일 이상 휴가를 쓰다 보니 워라밸(일과 가정의 균형)이 중요한 젊은 직원들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눈치 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는 문화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성과는 직원들과 함께 나눠야 한다는 조 대표. 이같은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경영성과에 따른 인센티브와 SI 초과이익 배분 제도를 도입했다. SI 초과이익 배분의 경우 전년 대비 지급 대상과 지급액이 4배 늘어날 정도로 제도가 활성화됐다. 조 대표는 “본부는 초과이익을 달성 못했는데 팀이 달성한 경우도 주냐는 질문에 그 자리에서 주겠다고 선언했다”면서 “우리 조직의 열정이 불타오를 수 있다면 내 월급을 털어서라도 주겠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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