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반대 앞장서는 젊은 의사들…고령일수록 증원 ‘찬성’↑

입력 2024-02-18 15:39 수정 2024-02-18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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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부족한데, 시스템 탓하며 증원 반대하는 건 모순”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가 전날 밤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파업 돌입 여부와 방식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호 기자 hyunho@)
▲13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하고 있는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가 전날 밤 온라인 임시대의원총회에서 대한의사협회(의협)에 이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으며 파업 돌입 여부와 방식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현호 기자 hyunho@)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수련 병원의 젊은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며 집단행동에 나섰다. 의료계는 개원의 중심의 대한의사협회(의협)를 필두로 의대 증원에 완고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다만, 총파업에 대해서는 의료계 내부서도 입장이 갈려 집단행동의 동력이 유지될지 미지수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이른바 ‘빅5’ 병원 소속 전공의들이 19일까지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들은 16일 진행한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회의에서 20일 오전 6시를 기해 근무를 중단하고 병원을 떠나기로 결의했다.

이미 서울성모병원을 비롯해 일부 수련병원 전공의들은 사직서를 제출했다. 16일 기준 10개 병원, 총 23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직 사표가 수리된 사례는 없다. 정부가 전국 221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집단 연가 사용 불허 및 필수 의료 유지 명령을 발령해서다. 또 정부는 진료를 거부한 전공의에게 개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고, 위반 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의협도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약속하며 투쟁 수위를 높였다. 전날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위원장은 정부를 향해 “단 한 명의 의사라도 이번 사태로 면허와 관련한 불이익을 받는다면, 이는 의사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간주하고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의협은 정부와 법정 공방도 불사할 각오를 내비쳤다. 의사들이 정부의 고소·고발을 우려해 동참을 주저하지 않도록 발벗고 나선 것이다. 2020년 의사 총파업 당시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전공의 10명이 보건복지부로부터 고발을 당한 바 있다. 앞서 2000년 의약분업 추진 당시 집단휴진을 추진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은 공정거래법과 의료법 위반으로 유죄 판결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

김 위원장은 “전공의와 의대생 등 미래 의료 인력에 대한 피해가 발생하면, 모든 법률적인 대응에 대한 책임을 비대위가 감당할 것”이라며 “법률 대응 및 보호를 위해 대형 로펌과 접촉 중”이라고 말했다.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김택우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이 14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현호 기자 hyunho@)

집단행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각 병원이 전공의와 접촉해 업무 복귀를 설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집단 사직이 철회된 사례도 있다. 서울성모병원 관계자는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 47명 전원에 대한 복귀 이행 확인서를 제출받았으며, 복귀하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한 부정적 여론도 무시할 수 없다. 전공의는 당직을 비롯해 환자 치료 업무의 대부분을 담당하고 있어, 이들이 병원을 비우면 입원과 수술에 지연이 불가피하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은 의사 단체를 향해 “정부를 굴복시키겠다며 집단으로 진료를 중단하는 것은 국민 생명을 내팽개치는 행위”라며 날을 세웠다.

의사들 사이에서도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이견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집단행동에 앞장서는 의사들은 젊은 전공의와 개원가 의사들이다.

실제로 의료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의사 40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의과대학 정원 및 관련 현안에 대한 의사 인식 조사’ 결과, 반대 비율은 40세 미만 젊은 의사들이 93.3%로 가장 높았다. 반면 50대는 74.3%, 60세 이상은 71.2%가 반대해, 10명 중 약 3명은 의대 증원에 찬성했다.

일각에서는 의대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의협의 주장에 모순이 있다고 지적한다.

김윤 서울대 의과대학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의사가 부족해서 진료를 보기 어려운 것이 객관적 사실인데, 의료 시스템이 문제라며 부족한 인력을 그대로 두자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며 “의사 배출을 늘리고, 필수 의료 분야로 인력이 유입되도록 시스템 개선을 병행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의료계 내부에서도 견해 차이가 존재하는 만큼, 이번 총파업에 대한 의사 단체들의 결단이 주목된다. 수련병원에서는 대전협이 제시한 시한 마지막 날인 19일 사직서 제출이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협은 전 회원을 대상으로 집단행동 의견을 묻는 전자투표를 할 계획이다. 또 25일에는 전국 대표자 비상회의와 규탄대회를 진행하고, 이르면 다음 달 10일 전국 단위 대규모 집회를 추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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