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가 자식 계좌 빌려 지인에 9억 이체…법원 "증여로 봐야"

입력 2024-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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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연합뉴스)

아버지가 자신의 계좌를 빌려 주변 지인에게 돈을 빌려줬다고 주장하는 원고에게 수억 원대 증여세를 부과한 세무당국의 행위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행정법원은 원고 A 씨가 잠실세무서장을 상대로 제기한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

원고 A 씨는 아버지 B 씨가 1983년부터 운영하던 화랑에서 본부장으로 재직했고, 2010년부터 미술품도매업을 영위하는 업체의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서울지방국세청은 2019년~2020년 사이 세 달에 걸쳐 A 씨에 대한 자금출처 조사에 나섰고 A 씨가 2010년 12월과 2011년 2월 아버지 B 씨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총 12억 원을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했다.

1차 증여금액 9억5000만 원, 2차 증여금액 2억 5000만 원에 대해 각각 5200만 원, 6억1700만 원의 증여세도 부과했다.

A 씨는 이에 불복해 2020년 9월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했지만 기각됐고, 이에 서울행정법원에 증여세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A 씨는 총 12억 원 중 약 9억5600만 원은 아버지가 자신의 계좌를 빌려 주변 지인들에게 빌려준 돈이라고 주장했다.

나머지 약 2억5100만 원 역시 회사 운영을 위해 지출한 것이라며 모두 증여가 아니라는 취지로 맞섰다.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A 씨에게 차용금 상환과 관련한 약속어음을 발행ㆍ교부했다”면서 “이체된 돈은 A 씨가 채권자로서 대여한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A 씨가 이미 아버지 B 씨에게 증여를 받아 해당 돈의 주인이 돼 주변 지인들에게 빌려주거나 회사 운영에 사용한 것이라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증여자 명의였던 예금이 인출돼 납세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예치된 사실이 밝혀진 이상 그 돈은 증여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하면서 “증여가 아닌 다른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입증할 필요는 납세자에게 있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했다.

다만 전체 금액 중 약 1억1000만 원에 대해서는 “정당한 과세표준 및 세액을 산출할 수 없다”고 보고 증여세 부과를 취소하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A 씨는 12억 원의 금액 중 약 10%에 해당하는 1억1000만 원에 대해서는 증여세 부과처분을 취소받게 됐지만, 나머지 90%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주장을 인정받지 못해 전체 소송비의 90%를 부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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