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시각] “기업가보다는 갓물주…”

입력 2024-01-23 05:00 수정 2024-01-23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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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진 중소중견부장

상속세 최고 60%…지나치게 가혹
기업가정신 죽이고 경영권 위협해
‘업의 승계’ 원활해야 國富도 늘어

“회사를 물려받기보다는…. 강남에 건물을 받는 동생이 오히려 부럽습니다. 요즘은 회사보다는 ‘갓물주’ 아니겠어요.” 한 중견기업 2세가 모임에서 기업경영 하는 데 상속세 등이 부담이라며 우스갯소리로 한 얘기다.

상속세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벤처기업까지 기업인들의 고질적인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도 17일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민생토론회에서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며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국민들께서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고 우회적이지만 상속세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경영계도 지속해서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의 안정적 경영권은 물론 장기적인 투자 계획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경영계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5개 구간에서 4개 구간으로 변경하고, 최고세율 적용 구간을 ‘30억 원 초과’에서 ‘50억 원 초과’로 상향 조정하며, 최고세율도 10% 인하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최대주주 할증까지 합산할 경우 60%에 달한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약 25%)의 2배 수준으로 상속세가 가장 높은 국가에 속한다. 현재 OECD 38개국 중 상속세가 있는 국가는 24개국, 없는 국가는 14개국이다. 주요국 상속세율은 일본이 55%로 가장 높고, 프랑스 45%, 미국 40%, 영국 40%, 독일 30% 등이다. 호주·캐나다·스웨덴 등은 상속세 대신 상속받은 재산을 향후 처분하는 시점에 발생하는 차익에 대해 세금을 매기는 자본이득세를 운영 중이다.

최대 60%의 세금을 기업 지분으로 낸다고 하면 창업자가 기업 지분을 100% 갖고 있다고 해도 2세로 가면 40%, 3세로 가면 16%로 줄어든다. 이 과정에서 오너 지분이 감소하면 안정적 경영을 위한 지분확보가 어려워진다. 경영권 분쟁이 생길 수도 있다.

정부는 중소기업의 상속세 부담을 경감시켜주기 위해 과세특례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전·사후 요건이 까다로워 이용실적은 저조한 편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과세특례 범위와 공제한도를 확대하고 적용요건도 완화했지만, 여전히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40 벤처·스타트업 창업자를 대상으로 상속 세제에 대한 인식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85%는 ‘상속세의 폐지 또는 최고세율 인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상속세가 기업가정신을 약화(93.6%)시키고, 한국 주식시장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에 영향을 미친다(96.4%)고도 했다.

기업상속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부의 대물림에 대한 편견에 더해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다. 기업을 물려주는 것은 건물을 상속하는 것처럼 단순하지 않다. 건물은 명의만 변경하면 되지만 기업은 지분만 넘긴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건물주와 기업주는 권한과 책임의 차원이 전적으로 다르다.

건물을 상속받으면 재산상 이득은 크고 책임과 의무는 작다. 상속인이 건물을 직접 관리하기 어려우면 전문업체에 위임하면 된다. 그러나 기업을 상속받으면 경영권에 상응하는 책임과 의무가 크다. 경영자 역할이 어렵고 책임이 버겁다고 이를 남이 대신하도록 맡길 수 없다.

상위 1%를 위한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상속세 개편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상속세 완화 시도가 결국 ‘부의 대물림’을 심화하는 역할을 한다는 지적에서다. 부의 편중을 막으려면 상속세는 필요하다. 하지만 과도한 상속세는 ‘기업가정신’을 죽이고 경영권을 위협하는 등 기업의 뿌리가 통째로 흔들릴 수 있다. 기업에 ‘부의 대물림’이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업(業)의 승계’가 이뤄지게 해야 한다. 기업이 사라지면 일자리와 세수가 줄어들게 된다. 이것이야말로 국가적 손실이다. skj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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