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65% “규제허들 높다”...87.5% “해외진출 시급” [금융수익의 성장과 과제]

입력 2024-01-10 06:57 수정 2024-01-10 0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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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투데이 신년기획 금융사 CEO 설문
48% “K-금융 경쟁력 저하, 규제 탓”
혁신 가로막는 낡은 규제 현실화 필요
73%는 “정치권 입김에 쉽게 휘둘려”

▲금융권 CEO설문조사
▲금융권 CEO설문조사

자본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시장을 조성하고, 규제보단 혁신을 유도하는 방향이 적절하다.(A 은행장)

규제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부당행위는 엄격하게 처벌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B증권 사장)

본지 설문에 참여한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국 금융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첫 단추로 ‘규제 완화’를 꼽았다. CEO들은 한국 금융이 우물 안 개구리를 넘어 국부 창출의 허브로 도약하려면 금융당국의 혁신이 우선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금융사의 손발을 묶는 규제 족쇄 대신 혁신을 지원하는 ‘건강한 규제’를 기반으로 금융업을 육성하려는 비전을 보여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랐다.

금융사 CEO 65% “준수해야 할 규제 기준 높아”

본지가 금융사 CEO 48명(은행, 저축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 카드 등)을 대상으로 벌인 익명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64.6%는 ‘현재 준수해야 할 규제 기준이 높다’고 응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규제 기준이 적절하다’는 비율은 2.1%였고,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33.3%였다.

현재의 규제 수준에 ‘불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33.4%였고, ‘만족한다’는 비율은 18.8%였다. ‘보통’이라고 답한 비율은 47.9%였다. ‘타국가 대비 우리나라의 금융 규제 강도가 적절하냐’는 물음에는 33.4%가 ‘동의하지 않음’으로, 16.7%는 ‘동의함’으로 답했다. 각종 규제 수준이 산업간 형평성이나 글로벌 스탠다드에 비해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또 금융산업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인 자본 유입이 필요하며, 외국인 입장에서 봤을 때 국내 금융시장은 제도, 규제 등으로 매력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었다.

B은행장은 “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 저성장 등 구조적 변화 과정에서 금융사의 사회적 역할 수행이 강화되고 있고, 이를 위한 업무 범위 확대도 불가피해질 것”이라며 “지난 10여 년간 국내 금융산업은 큰 변화 없이 유지됐지만, 변화하는 현실에 적합하게 금융사 자회사 업무규제 완화 등 기존 규제들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규제를 위반했을 때 처벌은 ‘적절하지 않다’는 응답이 27.1%였고, ‘적절하다’는 응답은 18.8%였다. 대다수인 54.2%는 ‘보통’이라고 답했다. ‘규제가 금융상품의 질을 보장하는데 기여한다’는 질문에는 ‘보통’(45.8%), ‘동의하지 않음’(29.2%), ‘동의함’(25%) 순으로 의견이 갈렸다. ‘정부의 규제가 금융사의 경쟁력을 증가시킨다’는 물음에는 ‘동의하지 않음’(47.9%), ‘보통’(45.8%), ‘동의함’(6.3%) 순으로 응답하며 규제가 금융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봤다.

‘정부가 규제와 관련된 기업·산업·글로벌 시장을 적절하게 반영하고 있다’는 질문에는 ‘보통’(41.7%), ‘동의하지 않음’(35.5%), ‘동의함’(22.9%)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72.9%는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금융산업 방침이 너무 쉽게 움직인다’고 봤다. ‘보통’과 ‘그렇지 않다’는 비율은 각각 25%, 2.1%에 불과했다. 일부 응답자는 “정치권의 입김에 따른 일회성 규제는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린다”고 토로했다.

CEO들은 개선해야 할 금융업 규제로 △금산분리·은산분리 △공매도 금지 △순자본비율(NCR)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예금보험료율 △ 법정최고금리 △법인지급결제 등을 꼽았다. 특히, 비금융사 투자 지분 제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컸다. 한 응답자는 “비금융회사에 대한 출자규제와 지배 허용 완화는 금융업의 비금융업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등을 촉진해 비이자수익 창출 기회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또 다른 응답자는 “이자수익 의존도가 높은 현 은행의 수익구조 다변화는 향후 금융기관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이밖에 CEO들은 “산업간 경계가 희미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력 학보를 위해 분야 간 협업과 융합이 필요하다”, “신사업 진출 및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등의 의견을 밝혔다.

CEO 87.5% “금융산업 성장 위해 ‘해외진출’ 필요”

CEO들은 국내 금융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해외진출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해외진출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은 87.5%에 달했다. ‘국내 금융사 스스로 해외 진출을 위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냐’는 질문에 48%는 ‘그렇다’고 답했고, 이어 ‘보통’(39.6%), ‘그렇지 않다’(12.5%)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금융사의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현지 금융당국과의 교류 기회 확대, 시장조사·경쟁분석·법규제도 등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제공, 적극적인 금융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해당 국가와 협정 및 규제완화 협의 △해외법인 자본확충 규제 완화 △해외지점 설치 신고 간소화 △인도·동남아시아 지역전문가 육성 및 국가별 컨설팅 △해외 현지에서의 사업 지원 및 홍보 등을 꼽았다. 한 CEO는 “금융산업은 어느 국가이든 간에 매우 중요한 기간 산업으로 진입이 쉽지 않다”며 “국내 금융사의 자율적 권한을 확대해주고, 해외진출을 위한 외교, 기술, 경제 등 체계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CEO들은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을 위한 날카로운 지적도 내놨다. 한 CEO는 “거의 동일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데에도 현 금융업에 적용되는 법률과 핀테크 기업에 적용되는 법률이 상이해 시작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움직여야 한다는 상황이 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CEO는 “기술 및 디지털 변화에 대응해 더 유연하고 혁신적인 방향으로 가려면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디지털 자산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규제체계를 효과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금융사 스스로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모 자산운용 CEO는 “고객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신속하게 맞춤형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해 경쟁 우위를 확보해야 한다”며 “안전하고 건전한 영업을 위한 내부 통제와 리스크 관리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밖에 △빅블러 시대 비금융사업 영역으로의 확장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 △자본시장 선진화 △금융사간 적극적인 인수·합병(M&A) 및 대형화 △과감한 인센티브 △시장 자율 경쟁체제 지향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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