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자진 월북'으로 몰아간 文정부…'시신 소각'도 왜곡

입력 2023-1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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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감사 결과 발표

▲2022년 9월 22일 오전 전남 목포시 한 장례식장에서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 주무관의 영결식이 해양수산부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뉴시스)
▲2022년 9월 22일 오전 전남 목포시 한 장례식장에서 '서해 피격' 공무원 고(故) 이대준 주무관의 영결식이 해양수산부장으로 치러지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당시 해경, 국방부 등 관계 기관이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당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하고, 미확인된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수사 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감사원의 감사 결과 확인됐다.

감사원이 7일 발표한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관련 점검' 주요 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9월 서해에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사망한 것으로 언론에 발표된 이후 국방부 등은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결론을 내기 위해 군 첩보에도 없는 부정확한 사실을 근거로 자진 월북 여부를 부당하게 판단·발표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안보실과 국방부는 이 씨의 발견 사실을 보고받은 다음 날인 2020년 9월 23일 서해 공무원의 월북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결론을 정한 후 합참에 자진 월북 여부에 대한 정보 분석 보고서를 작성해 9월 24일 개최되는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는 △타 승선원과 달리 혼자 구명조끼 착용 △무궁화 10호 CCTV 사각지점에서 신발 발견 △북한 해역에서 발견될 당시 소형 부유물에 의지 △월북이라고 답변 등 4가지 근거를 기초로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해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했다. 그러나 수사결과에 따르면 구명조끼 착용과 신발 발견 등은 군 첩보에도 없고 사실과 다른데도 안보실‧국방부의 지시로 포함됐고, 소형 부유물에 의지했던 것과 월북 관련 답변 등은 자진 월북의 근거로 보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이후 안보실과 국방부는 해경에서 월북 여부에 대한 수사가 진행 중인데도 합참에 관련 내용을 언론에 발표하도록 지시했고, 합참은 이를 9월 24일 언론에 발표했다. 국방부도 같은 날 국회에서 서해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언했다.

국정원은 그해 9월 22일과 23일 서해 공무원의 자진 월북이 불분명한 것으로 분석하고도 24일 관계장관회의에서 합참이 '자진 월북을 시도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는 내용을 보고하자 이와 상충하는 국정원 분석 내용을 보고하지 않은 채 조속히 언론에 브리핑하도록 권고했다. 또한, 국정원은 27일 합참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판단한 4가지 근거를 분석한 결과 '자진 월북 여부 불명확'으로 결론을 내리고도 같은 날 개최된 관계장관회의에 보고하지 않은 채 안보실이 국방부‧통일부 등에 '자진 월북으로 판단' 대응 방침을 하달한 것을 그대로 방치했다.

국방부는 안보실이 '월북으로 판단된다' 등의 내용이 기재된 주요 쟁점·대응 요지를 26일부터 같은 해 10월 28일까지 4차례 하달하면서 국회 등에 일관되게 대응하도록 지시했고, 해경의 최종 수사결과가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9월 말부터 서해 공무원이 자진 월북한 것으로 국회에 대응했다.

이후 관계 기관은 미확인 사실이나 은폐‧왜곡된 수사내용 등을 근거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이 씨의 월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서해 공무원의 당시 심리상태에 대해 구두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집하면서 '어린 딸', '공무원 신분' 등 긍정적인 정보는 제외한 채 '도박', '채무' 등 부정적인 정보만 제공해 월북 가능성을 질문했다. 해경은 이를 바탕으로 일부 전문가의 답변을 임의로 짜깁기해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도피의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다. 이외에도 해경은 중간수사결과 발표 시 채무, 도박 규모, 도박 횟수 및 도박자금 흐름·출처 등 서해 공무원의 사생활을 부당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군에서 '시신 소각'으로 일관되게 판단한 것을 알면서도 안보실의 방침에 따라 '시신 소각 불확실'로 판단을 변경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군이 서해 공무원의 시신이 소각된 것으로 일관되게 판단하고 있다는 사실을 수차례 보고를 통해 알면서도 안보실이 관련 대응 방침을 하달하자 '시신 소각 관련 정보를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예정'이라고 언론에 설명했다. 또한, 시신 소각이 안 됐을 수도 있다고 국회에서 답변하는 등 합당한 근거 없이 판단을 변경했다.

아울러 국정원은 이 씨가 북한군에 의해 사살‧소각 처리된 정황이 포착된 것으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이후 새로운 첩보나 정보를 입수하지 못했는데도 합당한 근거 없이 부유물만 소각했을 소지가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판단을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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